수필

‘부부의 날’이 지나간다

by 오정방 posted Sep 08,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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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날’이 지나간다

  오정방
  

남남끼리 서로 만나
한 뜻, 한 몸을 이루고
좋은 일도 궂은 일도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쉬운 일도 힘든 일도
서로 나누어 가지는
그래서
잡은 손 놓지 않고
험한 세상 나란히
보듬고 아끼며
끝날까지
사랑하며 인내하며
함께 가야하는
결코 촌수를 잴 수 없는
무촌無寸

                                            
                                        - 졸시 ‘부부’ 전문




우연히 한국달력에 적힌 날들을 유심히 보게 되었는데 5월은 유난히 무슨
무슨 날이 많은 달인 것 같다.
1일은 근로자의 날, 5일은 어린이 날, 8일은 어버이 날, 15일은 스승의 날,
19일은 발명의 날에다 성년의 날이 겹쳤고 25일은 방재의 날, 마지막 31일은
바다의 날이라고 하는데 5월 21일은 또 ‘부부의 날’이라고 적혀 있다. 여기에
석가탄일과 5. 18 광주민주화운동기념일까지 합치면 지키고 기려야할 날이
엄청 많아진다. 정부가 이런 날들을 정한 것은 모두 그만한 이유가 있음이니
내가 전혀 따질 바는 아니다. 다만 외국에 나와 있다보니 전에 없던 것으로
‘부부의 날’이란 것이 있어서 생소한 것 뿐인데 갑자기 수 년 전에 쓴 위의
졸시 ‘부부가 생각 났고 무엇이라 썼는지 다시 읽어보게 된 것이지만 ‘부부의
날’을 가정의 달인 5월에 정한 것도 잘 한 것이지만 또 5월 가운데서도 21일로
정한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본다. 21이라는 날자는 둘(2)이 하나(1)
처럼 살아야 한다는 뜻, 아니면 둘(2)이 하나(1) 되었으니 부부라 칭할 수
있겠다는 뜻이 내포된건 아닌지? 참 절묘한 숫자가 아닐 수 없다.
  ‘부부의 날’이 제정된 까닭과 제정하여 공포한 날자는 모르지만 짐작하건대
건전한 부부가 되어야 건강한 가정을 유지할 수 있고 자녀들에게도 롤 모델이
되면 사회도 밝아지리라 뭐 그런 생각을 하지나 않았는지 모르겠다. 정말
어려운 시대를 살면서 부부가 싸울 일이 그렇게 많이 있을까? 서로 위로하고
의지하고 격려하며 보듬어 주기도 바쁜데 싸움할 시간이 언제 있을까? 설사
좀 모자라고 부족하고 탐탁치 못한 점이 있더라도 부부된 남편이, 아내가
서로 감싸주지 않고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그 일을 감당해 주겠는가? 때로는
알고도 모른 척, 들어도 못들은 척 마음에 상처를 주지말고 지혜롭게 넘어
가면 훗날에 다 부부에게 유익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사람이 살다보면 어찌 그럴 수만 있겠는가? 때로는 언성을 높일 수도
있고 더러는 손찌검도 하게되고 끝내는 갈라 서는 일이 없지 않다. 그래서
주위에서 결손가정이 있음을 보게되고 말로는 ‘화려한 싱글’이라 하지만
그 속마음이 어떻할까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적지 않다.
부부는 무촌無寸이다. 촌수를 잴 수 없이 가깝다. 그러므로 무촌답게 서로
부부의 도를 지키며 아끼고 사랑하며 마지막까지 가지 않도록 서로서로
노력하며 가정을, 부부의 연을 지켜나가려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리라
본다. 무촌인 부부가 악감정으로 원수가 되는 일은 결코 있으선 안되겠다.

우리 부부는 혼례를 치른지가 올 해로 꼭 40주년이 된다. 의도적으로라도
부부싸움 같은 것을 하지 않고 지금까지 버틴 바람에 잉꼬부부란 말도 주위
에서 하는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아이들 가정들도 자세히는 모르나 티격
태격 하는 것을 지금까지 못보았고 어느 한 쪽을 흉보는 말을 듣지 못했으니
우리 부부가 저들의 성장기에 싸우는 본을 보여주지 않은 탓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아이들은 부모를 보고 자란다는 말을 늘 마음에 두고 있다.

< 2008. 5. 21>


  
⊙ 작품장르 : 시가있는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