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 수박
오정방
미국에 살고 있는 이유로 인해
올 여름에도
미국산 쇠고기와
미국산 수박을 무척 먹었다
몹시무덥다고 느껴진
한 여름 끝자락에
옛날에 먹어보았던
무등산 수박이
한국티비화면을 슬쩍 스쳐갔다
빛고을의 상징 무등산,
그 정기를 머금고 실하게 자란
달덩이 보다 더 큰 무등산 수박
고국에 살 적 어느핸가
제 철에 찾아가서 사먹었던
향과 맛이 너무 좋아
오래토록 잊지 못했던
무등산 수박을 그림으로 보는 순간
향수와 더불어 침샘이 절로 생긴다
미국 본토에서 먹는 미국산 수박이
오늘따라 이렇게도 싱거운 것을
전에는 미쳐 느끼지 못하고 살았다
<2008. 9.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