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2015.09.10 09:16

꽁치

조회 수 16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꽁치

  오정방
  

  
점심 식탁에 방금 구운 꽁치 세 마리 올라왔다
두 마리는 내 몫이고
한 마리는 자기가 먹을테니
따끈할 때 드시라며 아내가 웃음으로 권한다

꽁치라면 먹는데 익숙할 뿐 아니라
나는 아주 이골이 나있기까지 하다
뼈를 하나 하나 발릴 필요도 없이
서울 출신 아내가 보란듯이
자신있게 뼈 채 한 입 뭉텅 베어 먹는다

나 어릴 적 어느 해 고향 경상도에
가뭄으로 농사는 흉년이 들었어도
동해바다 꽁치는 눈이 멀었는지
길을 잘못 들었었는지 아니면
흉년을 잘 이겨내라는 배려였는지
가난한 어부들에게 선심 차원에서
얼마나 많이 많이 투항?주었던지

쌀이 귀하고 그래서 밥도 귀한데
꽁치는 풍년이라 너무나 흔해서
구워도 먹고
튀겨도 먹고
끓여도 먹고
삶아도 먹고
쪄서도 먹고
삭혀서도 먹고
쌀 알은 별로 잘 보이지도 않는
꽁치밥에 또 꽁치죽에
그까짓 비린내 정도는 아랑곳 없이
아침 저녁 질리게도 먹어보았던 꽁치

그 무렵 다 잡혀 멸종한줄 알았는데
아직도 살아서 그 몇 대 후손들이
넓은 태평양을 활개치며 다니다가
어느 날 어느 손에 곱게 잡혀와
오늘 내 입에서 이렇게
아린 추억과 함께 잘강 잘강 씹히는가?

< 2008. 11. 12>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53 현대시 꽃보다 눈 오정방 2015.09.25 47
252 현대시 꽃망울 터지는 소리 오정방 2015.09.08 71
251 현대시 꽃길 오정방 2015.08.12 92
250 오정방 2004.01.14 488
» 현대시 꽁치 오정방 2015.09.10 160
248 현대시 꼬마 첼리스트 오정방 2015.09.16 62
247 풍자시 깜짝! 어느날 갑자기 오정방 2015.08.29 179
246 현대시 깊어가는 가을 오정방 2015.09.16 48
245 축시 길이 길이 뻗어나가라! 오정방 2015.08.29 136
244 길어야 앞으로 십 년이다! 오정방 2023.08.12 21
243 현대시 기차역사 주변엔 왜 코스모스가 많은가? 오정방 2015.08.29 137
242 현대시 기억 속의 가을운동회 오정방 2015.08.29 80
241 현대시 기심己心 오정방 2015.08.13 36
240 기생 라합Rahab 오정방 2015.09.01 133
239 수필 기록은 기억을 능가하나니… 오정방 2015.09.17 192
238 기러기 떼, 줄지어 날아가는 이유는 오정방 2004.06.04 820
237 신앙시 기도 오정방 2015.09.08 31
236 현대시 기다림에 대하여 오정방 2015.08.17 30
235 현대시 기다림 오정방 2015.09.24 39
234 현대시 기념시/ 역사를 교훈으로! 오정방 2015.09.16 48
Board Pagination Prev 1 ... 37 38 39 40 41 42 43 44 45 46 ... 54 Next
/ 54

회원:
0
새 글:
0
등록일:
2015.07.07

오늘:
6
어제:
21
전체:
194,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