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손
- 결혼후 아내의 40번째 생일을 함께하며
오정방
한 밤중, 누운채 어둠 속에서
깊이 잠든 아내의 손을 살며시 잡아 본다
보드랍던 그 고운 손
거칠다는 느낌이 손끝으로 전해온다
내 탓이다, 이 손마디 굵어진 것도
데려와 호강시키지 못한 나 때문이다
이 손으로 지은 밥을40년간 잘도 먹었다
빨래, 청소, 설거지 다 이 손으로 해냈다
수없이 칼에 베이고 또 바늘에 찔리면서도
두 남매를 모두 반듯이 길러 냈다
주무르고 비비고 빨고 널고 꿰메고 접고
털고 쓸고 밀고 닦고 정돈하고
치우고 씻고 헹구고 볕에 말리는 일
다 이 손으로 묵묵히 감당하지 않았던가?
지금 내게 상훈을 줄 능이 있다하면
의당 아내의 두 손에 최고훈장을 주겠다
손톱에 메니큐어가 남아 있던게 언제였나
우리 홈스윗홈은 바로 이 손의 역사이다
자던 밤중에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 진다
<2009. 5. 23>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413 | 현대시 | 만소장滿笑莊의 가을 밤 | 오정방 | 2015.09.14 | 67 |
412 | 축시 | 만방에 그리스도의 향내를! | 오정방 | 2015.09.17 | 96 |
411 | 풍자시 | 막말 | 오정방 | 2015.09.17 | 99 |
410 | 풍자시 | 막가자는 겁니다 | 오정방 | 2015.09.12 | 53 |
409 | 신앙시 | 마침내 열매를 맺는 것은 | 오정방 | 2015.08.12 | 64 |
408 | 시 | 마지막 순간까지 내가 듣고 싶지 않은 호칭 | 오정방 | 2015.09.16 | 42 |
407 | 현대시조 | 마지막 불효 | 오정방 | 2015.08.26 | 192 |
406 | 현대시 | 마중물 | 오정방 | 2015.09.01 | 129 |
405 | 현대시 | 마음의 불 | 오정방 | 2015.09.10 | 70 |
404 | 현대시 | 마음을 주었다가 혹 돌려받지 못한다해도 | 오정방 | 2015.08.13 | 29 |
403 | 신앙시 | 마라나타Maranatha* 1 | 오정방 | 2015.09.10 | 181 |
402 | 현대시 | 똑같은 시는 두 번 쓰여지지 않는다 | 오정방 | 2015.08.27 | 70 |
401 | 수필 | 또 하나의 기념탑 | 오정방 | 2015.08.27 | 125 |
400 | 현대시 | 또 하나의 고개를 넘다 | 오정방 | 2015.08.25 | 88 |
399 | 이장시조 | 땡볕 | 오정방 | 2015.08.27 | 87 |
398 | 땅 끝까지 이르러 | 오정방 | 2004.05.09 | 639 | |
397 | 현대시 | 딸기를 따면서 | 오정방 | 2015.09.01 | 41 |
396 | 현대시 | 등산화를 손질하며 | 오정방 | 2015.08.18 | 173 |
395 | 현대시 | 등산로중登山路中 | 오정방 | 2015.09.01 | 23 |
394 | 수필 | 등산길에서… | 오정방 | 2015.09.25 | 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