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만소장滿笑莊의 가을 밤

by 오정방 posted Sep 14,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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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소장滿笑莊의 가을 밤

  오정방
  

  
푸른 동해, 신선한 바닷바람이
차가운 밤공기를 몰고와
만소장 안으로 슬며시 들어선다
코가 뻥 뚫리는 그리운 고향 냄새

남녀 동창들 어느 누구랄 것도 없이
다들 닮은 추억을 간직하고
같은 학교를 다녔던 소꿉친구들
방안 가득히 담소로 꽃을 피운다

한 여름 동안 열심히 새집을 지은
만소장 장주莊主는*  
반가운 친구들을 대접하느라
밤이 맞도록 손발이 분주하다

앳띄던 얼굴엔 너 나 모두 다같이
고희를 넘나드는 세월의 흔적이
훈장보다 더 선명히 드러나 있건만
화제는 한결같이 어릴 적 그 시절

행복과 즐거움이 끊이지 않고
건강한 웃음이 넘치고 넘치는 집
주렁 주렁 달린 우정의 열매가
가을 밤에 튼실하게 영글고 있다

<2009. 10. 1>





  
*만소장:경북 울진군 죽변 소재
        장주莊主는 죽향竹香 주 임朱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