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2015.09.15 05:24

고향에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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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 가면
오정방


고향에 가면
내 고향 울진에 가면

일, 이 년도 아니고 오, 십 년도 아니고
십오, 이십 년도 아닌
자그마치 22년의 세월이 흐른 뒤
잠결에도 차마 잊지 못했던
내 고향에 나그네처럼 찾아가면

어릴 적 다니던 교회에도 출석해보고
유년시절 뛰놀던 월송공원에도 올라보고
다녔던 학교들을 찾아가 교정도 밟아보고
연호정에 들려 정자 주위를 좀 거닐어도보고
백암온천은 못갈망정 덕구온천은 찾아가보고
고향을 잘지키며 백발이 되었을 벗들도 만나볼
짧은 일정에 머리를 꽉 메우고 있는 만가지 상념들

이젠 가게마다 주인이 다 바뀌었을
시끌한 시장통에도 한 번 가보아야겠지
마땅히 어물 전에도 한 번 들러보아야겠지
내고향의 명산물 울진대게를 몇마리 사서는
가족들과 오손도손 살아온 얘기들을 곁들여
옛맛을 떠올리며 맛있게 그것을 먹어봐야겠지

그날까지는 아직 달포나 더 남아 있는데
고향을 간만에 찾아올 무심했던 이 몸을 위해
명물 대게들은 제 마지막도 눈치 못채고
누구에겐가 잡힐 수밖에 없는 운명을 지닌채
지금 태평양 바닷속을 느긋이 유영하고 있겠지?

< 2010.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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