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시인의 병실

by 오정방 posted Sep 16,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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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병실
오정방


80고개도 중턱을 넘어서서
90고지를 더 가까이 둔 여류시인
5년 전 취장암 수술 받은 것이 재발되어
갑자기 입원한 소식을 듣고 문병을 갔다

늘 건강하게 보였고
항상 명랑하게 보였고
언제나 아름답게 보이던 시인
병상에 누웠어도 곱게만 보인다

통증에 지극히 말씀을 아끼면서도
내 얼굴을 알아 보셨는지
‘쓸 것이 많아…’
한마디 크게 소리치고 눈시울을 적신다
이대로 스러질 수 없다는
당신의 굳은 의지라 볼 수 있겠다

눈만 뜨면 시를 생각하고
붓만 잡으면 술술 시를 쓰시는
그래서 젊은이도 그 정열이 부러운 시인

벗어서 창가에 가지런히 놓아 둔
아이보리 색 단화와 살색 스타킹,
자력으로 저 스타킹과 구두를 신어야지
간절한 마음으로 쾌유를 빌어 본다

병실 바깥 유리창으로 이 아침
한줄기 빗물이 주루룩 흘러 내리고 있다

<2011. 6. 18>
………………………………………………
*오레곤문학회 김선경 시인이 St. Vincent 병원에
입원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