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79
어제:
276
전체:
5,028,673

이달의 작가
2015.09.20 07:58

달팽이의 하루

조회 수 376 추천 수 0 댓글 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달팽이의 하루


이월란 (2015-9)

 

초 단위로 만들어진 시계 아래서

나는 분 단위로 태어났다

더듬이 끝에는 눈이 있다

더듬이를 휘저을 때마다 눈에 들어오는

수 만 개의 길

가장 낮은 길을 가장 느리게 간다

밤이나 비가 오는 낮이면 출몰하는

껍데기를 등에 진 채 시간을 뜯어 먹는다

끈적한 점액이 흘러나올 때마다

땅가루들이 나를 붙들고 일어선다

쫀쫀한 젤리처럼 늘어진 길

마스크 팩처럼 지나온 흔적이 나의 얼굴이다

잔디 깎기 모터에 휩쓸려간

친구들의 살신성인을 밟으며 간다

나를 먹으면 사람들은 소갈증이 없어진단다

꿈에 내가 기어가면 기다리던 일도 이루어진단다

기다림이든, 느림의 미학이든, 인내심이든,

따박 따박 끌고 가는 하루가 밤마다 출몰 한다

스프링클러의 가짜비가 내릴 때마다

집을 등에 지고 아침을 뜯으러 나간다

집은 나가고 들어오는 것보다

차라리 대출 없이 이렇게 지고 다니는 것이 좋다

시속 12m의 속도를 넘어서면

아득한 평화가 보인다

이길 필요 없는 경기에는 시작도 끝도 없다

다만, 지금 여기 길 하나가 태어나고 있고

돌아보면 끈적하게 반짝이는

자국이 막 떠오른 햇살로 지워지고 있다는 것

나는, 다시,

슬로우 모션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을 뿐,

?
  • ?
    farmcreek 2016.04.10 13:47
    깡패같은 시인 님....언어마사지가 이렇게 시원 할 줄 몰랐어요...
    계속 ...힘내시길...
  • ?
    ㄻ긏ㄱㄷ다 2016.04.10 13:49
    매일 아끼느라 조금씩만 열어 봅니다...
    시가 넘치더라도 아끼셔요....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51 당신도 시인 이월란 2011.10.24 278
650 당신꺼 맞지?--------------conte 시 이월란 2008.05.10 293
649 제1시집 당신, 웃고 있나요? 이월란 2008.05.09 302
648 당신, 꽃이 피네 이월란 2008.06.04 270
647 당신 때문에 꽃이 핍니다 이월란 2012.01.17 438
646 당신 이월란 2008.05.07 394
» 달팽이의 하루 2 이월란 2015.09.20 376
644 달거리 이월란 2009.01.31 294
643 단행본 이월란 2008.10.31 208
642 단풍론 이월란 2010.07.09 442
641 단풍 2 이월란 2008.05.10 267
640 단풍 이월란 2008.05.10 253
639 단풍 이월란 2008.10.14 198
638 단지, 어제로부터 이월란 2011.05.31 340
637 견공 시리즈 단벌신사(견공시리즈 44) 이월란 2009.10.21 322
636 견공 시리즈 닥터 토비(견공시리즈 38) 이월란 2009.10.11 311
635 다이어트 이월란 2008.05.10 271
634 다음 페이지 이월란 2010.09.26 431
633 다섯 개의 비밀 이월란 2021.08.16 116
632 다녀간 사람들 이월란 2008.05.10 368
Board Pagination Prev 1 ... 46 47 48 49 50 51 52 53 54 55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