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29
어제:
353
전체:
5,022,636

이달의 작가
2015.09.20 07:58

달팽이의 하루

조회 수 376 추천 수 0 댓글 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달팽이의 하루


이월란 (2015-9)

 

초 단위로 만들어진 시계 아래서

나는 분 단위로 태어났다

더듬이 끝에는 눈이 있다

더듬이를 휘저을 때마다 눈에 들어오는

수 만 개의 길

가장 낮은 길을 가장 느리게 간다

밤이나 비가 오는 낮이면 출몰하는

껍데기를 등에 진 채 시간을 뜯어 먹는다

끈적한 점액이 흘러나올 때마다

땅가루들이 나를 붙들고 일어선다

쫀쫀한 젤리처럼 늘어진 길

마스크 팩처럼 지나온 흔적이 나의 얼굴이다

잔디 깎기 모터에 휩쓸려간

친구들의 살신성인을 밟으며 간다

나를 먹으면 사람들은 소갈증이 없어진단다

꿈에 내가 기어가면 기다리던 일도 이루어진단다

기다림이든, 느림의 미학이든, 인내심이든,

따박 따박 끌고 가는 하루가 밤마다 출몰 한다

스프링클러의 가짜비가 내릴 때마다

집을 등에 지고 아침을 뜯으러 나간다

집은 나가고 들어오는 것보다

차라리 대출 없이 이렇게 지고 다니는 것이 좋다

시속 12m의 속도를 넘어서면

아득한 평화가 보인다

이길 필요 없는 경기에는 시작도 끝도 없다

다만, 지금 여기 길 하나가 태어나고 있고

돌아보면 끈적하게 반짝이는

자국이 막 떠오른 햇살로 지워지고 있다는 것

나는, 다시,

슬로우 모션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을 뿐,

?
  • ?
    farmcreek 2016.04.10 13:47
    깡패같은 시인 님....언어마사지가 이렇게 시원 할 줄 몰랐어요...
    계속 ...힘내시길...
  • ?
    ㄻ긏ㄱㄷ다 2016.04.10 13:49
    매일 아끼느라 조금씩만 열어 봅니다...
    시가 넘치더라도 아끼셔요....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71 견공 시리즈 시선(견공시리즈 75) 이월란 2010.06.28 418
1070 견공 시리즈 이불(견공시리즈 74) 이월란 2010.06.28 389
1069 제3시집 페르소나(견공시리즈 73) 이월란 2010.06.28 375
1068 견공 시리즈 아무도 몰라요(견공시리즈 72) 이월란 2010.06.28 489
1067 나를 파먹다 이월란 2010.06.28 432
1066 니코 이월란 2010.06.28 335
1065 그리움 7 이월란 2010.06.28 350
1064 이젠, 안녕 이월란 2010.06.28 384
1063 유령 블로그 이월란 2010.06.18 408
1062 제3시집 편지 2 이월란 2010.06.18 386
1061 편지 1 이월란 2010.06.18 396
1060 견공 시리즈 種의 기원(견공시리즈 71) 이월란 2010.06.18 422
1059 착각 이월란 2010.06.18 381
1058 영문 수필 "Do You Speak American?" 이월란 2010.06.18 721
1057 영시집 Lonely Shepherd 이월란 2010.06.18 2329
1056 영시 The Leaning Tower of Pisa 이월란 2010.06.18 547
1055 영시집 Deserve to Die 이월란 2010.06.18 396
1054 영시집 Island 2 이월란 2010.06.18 403
1053 토끼와 거북이 이월란 2010.06.12 535
1052 클레멘타인 이월란 2010.06.12 428
Board Pagination Prev 1 ... 25 26 27 28 29 30 31 32 33 34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