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2015.09.25 08:07

텐트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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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 안에서…
오정방


숲 가까운 우리 집 이층 서향 발코니에
애써 알록달록 텐트 한 동 쳤다
여름방학 끝무렵에
초등학교 다니는 손자녀석이
오늘 제 누나들과 함께와서
모처럼 하룻밤을 묵는다 하여
늦더위도 식히고
재미도 더하게 해주려 함이다

젊었을 때 야영 경험을 되살려서
혼자 텐트를 설치하는데
솔솔찮게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손자 손녀들이 좋아할 것 생각하며
마냥 즐거운 마음으로 완성해 놓고
바닥에 비닐 돗자리를 깔고
그 위에 침낭을 들여 놓고 누우니
시간은 늦저녁, 잠이 스르르 절로 온다

밤이 깊어 갈수록 더 세차게 울어대는
저 풀벌레들의 사연은 무엇인가
밤이 왔다 함인가 새벽을 오라함인가
벌써 가을이 왔다함인가
오래토록 가지 말고 같이 있자함인가
아니면 나름대로 저들끼리의 연주회에
좀 더 가까이 와서 박수를 치라 함인가
하지만 다 듣지 못하고 단잠만 쿨쿨 잤다

<2013.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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