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기 전
2015.10.19 15:18
가을이 오기 전
김수영
긴긴 여름날 땡볕에 땀 흘리는 농부의 이마에
번쩍이는 불똥에 내가 익어 갑니다.
풋과일처럼 풋내가 나는 나의 삶이
번갯불에 콩 튀기이 듯 달달 볶는 한더위에
내 몸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릅니다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한여름날의 더위 열기에
푹 삶아 져서 곤죽이 됩니다
가을이 오기 전 대지는 몸살을 앓고
해산의 여인처럼 진통을 견디는데
그 속에서 오곡백과가 무르익어 갑니다
태풍의 영향으로 밤새 갑자기 쏟아지는 빗줄기
가을을 노크하는 반가운 손님
이 가뭄에 어찌나 반가운지 엉엉 울고 싶었습니다
가을이 오기 전
오만 방정 다 떨다가 지쳐 있을 때
시원한 바람으로 속앓이를 쓸어내립니다
찬란한 무지갯빛 옷으로 갈아입고
아름다운 대자연의 향연에 초대받은 신랑 신부
가을은 만삭의 여인이 해산하는 계절 온 자연이
젖줄이 되어 아기를 가슴에 품은 어머니의 사랑
가을이 오기 전
가슴 두근거리며 기다리는 인고의 세월
아 가을은 결실로 가득 찬 풍만이어라
차고 넘치는 술잔이어라
술에 취해 잠자는 안식과 평안과 희열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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