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 감사절/정용진 시인

2015.11.15 12:40

정용진 조회 수:79

추수 감사절

20121126/한국일보

정용진 시인

 

싱그럽고 푸르던 산과 들판이 가을바람을 접하면서부터는 붉게 단풍이 들고, 황금색으로 익은 과즙에 단물이 고이고, 부드럽던 껍질들이 단단히 굳어 그 속엔 다음 세대를 이을 생명으로 갈무리된다.

어린 생명이 꽃으로 피어 아름다움을 자랑하듯 만숙의 미는 그윽하고 안온하며 평화스럽게 열매로 마무리되어 하늘과 땅과 인간들이 다 같이 기뻐하고 감사하는 천인의 축제가 된다. 이때가 되면 장성한 자녀들에게 짝을 지워주는 혼례를 올리고, 옛 어른들의 산소를 찾아 시제를 드리며, 만물의 영장으로 태어난 사실에 대하여 기쁨과 영광을 돌리는 감사의 마음으로 넘치는 계절이 된다.

우리가 이 땅에 와서 추수 감사절을 맞아 터키를 구우며 호박 케잌을 나누어 먹고 가족과 친지들이 함께 모여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고 한 해의 성장을 고마워하는 것은 인지상정이요 당연지사이다.

추수 감사절의 연원은 1620년 반 영국 교회 파 그리스도교도(Pilgrim fathers)들이 정든 고향땅을 떠나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미국 동부 플리머스항 케이프 카드(Cape Cod)에 도착한 후 땀 흘려 지은 첫 수확을 하나님께 감사드린 기쁨으로부터 시작된다. 포도주를 실어 나르던 낡은 배에 아녀자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102(여자24명 포함)의 청교도들이 순종함으로 누릴 행복과 안일함으로 얻는 평화를 버리고 정든 땅을 떠나 악천후와 싸우고 풍랑노도를 이겨내며 긴 항로 끝에 얻은 열매인 것이다. 이들에겐 옛것에 대한 저항과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과 더 크고 자유로운 것에 대한 동경과 선망의식이 있어 이들이 개척자의 혼으로, 청교도의 정신으로, 아브라함의 후예로 선택되는 결과를 낳았을 것이다.

그들은 65일간의 긴 항해 끝에 102명이 프리머스항에 도착하였으나 가난과 병고와 기후의 차이 질병 등으로 44명이나 사망하고 남은 자들이 사투를 벌리며 정착에 성공 하였다.

추수 감사절은 이 한 해를 정성껏 산 우리의 삶을 감사해서 창조주께 영광과 찬양을 드리는 축제의 날이다. 청교도들은 손수 땀 흘려 지은 채소와 햇과일 그리고 터키를 구어 놓고 자기들이 이 땅에 정착할 때 자신들이 원주민이라고 갖은 방해를 일삼던 주위의 인디언들을 초청하여 함께 감사를 드렸다.

행복은 감사의 문으로 들어오고 불평의 문으로 나간다.’는 말이 있다. 이 한 해를 되돌아보면 어느 누구에게나 하나같이 감사할 조건이 있게 마련이다. 온 가족이 건강하게 한 해를 지낸 사람, 귀한 자녀를 선물로 받은 사람, 새로운 사업을 얻었거나 번창시킨 사람, 그 종류가 다양하고 복잡할 것이다. 감사하는 자에게 감사할 조건이 더욱 많아지고 범사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다. 영원에 비하면 부싯불 빛과 같고 무한에 견주면 이른 아침 풀잎에 빛나는 이슬과 같은 인생이지만은 피카소의 말과 같이 착하고 아름답게 살기에는 길다는 나날의 삶이어야 할 것이다. 수고한 자가 얻는 열매, 창조주에게 드리는 감사, 이는 사랑을 받는 자와 사랑을 주는 자와의 아름다운 화답이다.

우리 한인들은 자의건 타의건 이 땅에 와 살고, 자녀들을 이 땅에 심으면서 청교도들의 뜨거운 개척정신과 숭고한 신앙심을 잠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 모두가 신 앞에 바로 서는 경천애인의 후예요, 귀생지도(貴生之道)의 고귀한 실존들이다. 더구나 우리들에게는 하와이 사탕수수밭에서 피골이 상접하도록 노동을 하면서 우리들의 정착 터전을 마련한 코리안 청교도들의 숨결이 배어 있는 뜨거운 땅이 바로 이곳이기 때문이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04 쪽박 정용진 2011.07.22 668
603 Yeo RIVER Yong Chin Chong 2006.03.13 668
602 땅의 사랑 정용진 2012.04.19 663
601 정용진 2012.02.27 662
600 FIELD OF ROSES Yong Chin Chong 2006.01.29 661
599 정용진 2004.03.26 659
598 수봉별곡(秀峯別曲) 정용진 2012.02.24 657
597 부처님 정용진 2003.04.24 651
596 MOON 2 Yong Chin Chong 2006.01.29 649
595 화신(花信) 정용진 2005.02.25 649
594 < 미주문협 창립 30주년 기념 축시> 문학은 언어로 그리는 영혼의 그림 정용진 2012.08.24 647
593 SOLITUDE Yong Chin Chong 2006.01.22 647
592 샛강 수봉 2005.03.14 647
591 Napa Valley 에서 정용진 2011.08.31 644
590 아내 수봉 2006.01.06 644
589 청자 정용진 2003.03.03 643
588 WILD FLOWER Yong Chin Chong 2005.12.11 642
587 수종사(水鍾寺) 정용진 2004.10.17 640
586 산머루 정용진 2003.09.15 639
585 꽃씨 한 알 정용진 2011.10.09 637

회원:
2
새 글:
0
등록일:
2015.02.14

오늘:
0
어제:
5
전체:
291,5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