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

2016.02.16 03:16

정용진 조회 수:21

담쟁이

                    정용진

 

올라라 올라라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르랴.

머리 위는 구만리 장천

발아래는 천만 길 벼랑

이 모두가 내 하늘이요 내 땅이다.

 

소도 언덕이 있어야 비비고

사람도 의지처가 있어야 기댄다는데

돌담장을 손톱으로 후벼 파며

죽기 아니면 살기로

끝없이 기어오르는 억척쟁이.

 

고목 등걸을 휘휘 감으며

철따라, . . . . . . .

무지갯빛으로 변신하는 담쟁이

 

담쟁이는

실어증(失語症)의 고목(古木)

고착증(固着症)의 석벽을 기어오르는

줄타기의 명수다.

 

담쟁이야, 너는 기는 주제에

초록 미니스커트 자락으로

죽은 고목과 굳은 석벽에

푸른 열기를 불어넣는

생명의 혼 불.

 

! 과연 그 기개가 장하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24 겨울바람 정용진 2006.12.12 850
623 秀峯 歸去來辭 정용진 2006.12.17 886
622 화초에 물을 주며 정용진 2007.01.05 1004
621 허수아비 정용진 2007.01.05 884
620 똥밭 정용진 2007.01.07 1057
619 정용진 2007.01.24 928
618 설매부(雪梅賦) 정용진 2007.02.11 964
617 여름 달(夏月) 정용진 2007.02.25 1017
616 영릉(英陵)에서 정용진 2007.03.08 968
615 신륵사(神勒寺) 정용진 2007.03.08 1002
614 목우(木雨) 정용진 2007.03.11 975
613 <축시> 미주한국일보 창간 38주년 정용진 2007.06.22 935
612 먼 후일 정용진 2007.06.30 853
611 <축시> 오렌지카운티 한인 이민사 발간 정용진 2007.08.09 901
610 대왕님표 여주 쌀 정용진 2007.08.17 957
609 사계(四季) 정용진 2007.08.29 846
608 수박 꽃 정용진 2007.09.02 860
607 정용진 2007.09.08 856
606 새소리 정용진 2007.09.16 870
605 요즈음 시인들 정용진 2007.10.21 897

회원:
2
새 글:
0
등록일:
2015.02.14

오늘:
1
어제:
0
전체:
291,5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