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창가에서
2016.03.07 06:18
비 내리는 창가에서
정용진 시인
이른 아침잠에서 깨어
유리창에 비취는
자연을 바라보면
내 영혼이 맑게 씻기는
기쁨을 누린다.
마침내는
자연이 내 속에 들어와
나는 자연이 되고
자연은 내가 된다.
벗은 몸으로 미동도 않고
선채로 단비를 맞는 나무들
환호하는 생명의 아우성소리가 들린다.
겨울잠을 깨어 언 땅을 가르고 돋은
붉은 작약(芍藥)순이
입춘대길(立春大吉)이라 시를 쓴다.
머지않아
새봄을 위하여 마련한 내정원에
나비 떼들이 몰려와
춤의 축제를 벌이리라
찬란한 이봄을 위하여.
너도
어서 돌아와
봄의 향기로 마련한
나의 식탁에 함께 앉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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