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언니야
2016.03.19 15:16
언니야
장효정
잔잔한 시냇물 풀 섶 휘돌다
폭풍노도를 거스르며 혼신으로 달려온 여정
이제 막 삶의 닻을 내리는 언니
당신의 뱃머리에 서서 뱃고동 소리보다 슬픈
노래를 부릅니다
맏며느리 맏딸 교육자의 기품 지키려
웃음 쿡쿡 누르며 조용히 미소 짓던 언니야
이젠 저 산자락에 지천으로 흐드러져
까르르 웃어재끼는 함박꽃으로 피소서
죽으면 썩어질 몸 손이 아까워
잠시도 쉬지 못한 그 손일랑 고이 접고
유유자작 자태를 뽐내는 학으로
날으소서
힘든 이민생활 주 칠 일 근무 때문에
허술해진 신앙생활 안타깝다던 언니야
저 평화로운 언덕 하아얀 교회 종탑 위를 맴도는
해맑은 종소리로 퍼지소서
유난히도 여행이 좋아 은퇴하면 펼치려고
가슴속 채곡채곡 묻어 두고 설레던 언니야
우리 화살처럼 높이높이 쏘아 올릴게
보고팠던 세상, 저 무한한 우주공간까지도
훨훨 날아다니는 오색 풍선으로 오르소서
이제 어깨를 짓누르던 삶의 무게
비명처럼 내뱉던 눈물일랑 다 털어버리고
솜털보다 가벼운 민들레 홀씨 되어 날으시다가
사랑하는 자식 형제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거든
매일 아침 닫힌 창가에 찾아와
잠들어 버린 영혼들을 깨우는 햇살이 되소서
이제 당신이 그리운 날이면
꽃과 새 종소리 오색풍선이 떠도는 하늘 우러러
우리 시린 가슴을 헹구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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