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임/강민경
감기임
왜 아직 떠날 생각을 않는지요
심란해 하는 내 혼잣말에
그게 감기 새끼지 어디 감기 임이냐고
그이는 콕 쥐어박는다
병원으로, 한방으로 심지어
생강차, 오렌지 주스, 레몬 차, 등
극진히 대접받고도 뭉그적거리는 궁둥이
걷어차여야 급히 떠날 거라는 그이의 불평을
보물단지처럼 떠받들어야 못 이기는 척
떠날 거라며 다독이는 나를, 어리석다며
그걸 아는 놈이면
나도 벌써 감기임이라고 떠받들었을 것이라 한다.
한 달 내내 칭얼칭얼 제 입맛대로 주무르다
툭 하면 불구덩이에, 얼음구덩이에 넣었다 꺼냈다
하고도 성에 안 차, 새우등 만드는
뻔뻔한 얼굴을 봐, 그러니 감기 새끼지
나에게 당신은 아직 꽃인데
내 여자를 괴롭히는 요 감기 새끼
궁둥이에 불이라도 싸질러
쫓아내야겠다 하는, 그이의 익살에
내 코맹맹이 소리 숨 가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