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선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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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추억의 바다

2006.08.08 01:20

정혜원 조회 수:109 추천:18

언니. 여기는 긴 장마 끝에 이제는 연일 폭염이라우.
30 몇 도를 오르내리는 날씨에
덥다고, 더워 죽겠다고 아우성들이야.
나도 낮에 일 할땐 더워 힘들지만
집에 돌아오면 괜찮아.
뒷 산에 나무가 우거져 시원한 바람이 곧잘 불어오거든.
언니 사는 그곳도 많이 더워?
그동안에도 언니는 시 많이 쓰셨네.

이맘 때면 미조바다가 생각나.
내 어린시절 추억 중에서 가장 화려한 장면이 아닌가 해.
아마 언니 교편생활의 첫 부임지였던걸로 생각되는데 맞아?
그때 내가 초등학교 3학년인가 4학년인가 그랬었지.
어릴 때 내가 입어본 옷 중에 최고로 이쁜 하늘색 원피스도 사입고
큰언니, 진해언니랑 셋이서 처음으로 함께 한 여행이었지.
버스를 한참 타고 가서 배로 갈아 탔어.
6시간 가량 배를 타고 갔었지.
파도가 쳐서 배멀미에 고생 많이 했었어.
언니 학교 교감 선생님 댁에서 식사 대접도 받고
언니가 근무하는 학교에도 가보고 그랬어.
그때 그 교감 선생님 댁에서 밥 먹을 때
나 밥 많이 먹는다고 언니한테 눈총 꽤나 받았어.ㅋㅋㅋ
지금 생각하면 밥 많이 먹는게 뭐 그리 큰 흉일까 싶은데
아무튼 그 땐 그랬었나봐. 언니도 그때는 꿈많은 처녀였으니까...
내가 2살 가량 빨리 입학한 탓에 좀 많이 늦되는 편이었으니
눈치없이 구는 나 때문에 언니가 창피했을거야.
그리고 거기서 좀 떨어진 바닷가로 수박을 사들고 해수욕도 갔어.
언니 학교 제자들과 함께 갔었지.
파도가 무척 높아서 튜브를 타고 파도타기를 했어.
언니 제자들이 나를 튜브에 태워 높은 파도에 장난을 쳐서
짜디짠 바닷물도 마시고 무서워서 울었던 기억도 나.

언니는 그 바다를 언제 마지막으로 가봤어?
나는 19살 때 친구들이랑 가보고 아직 못 가봤어.
예전에 우리가 6시간이나 배를 타고 갔던 그 곳에
남해대교라는 거대한 다리가 건설되어
버스로 2시간 만에 미조바다에 도착했어.
어촌의 소박한 모습은 간데없고
여름을 즐기러온 피서객으로
흥청거리는 유흥지로 변해 있었어.
한없이 부드러운 모래만은 그대로였지......
지금은 또 어떻게 변했을지 짐작이 안가네.

바다를 생각하다보니 훨씬 시원해졌어.
여름 건강하게 잘지내고 언니도 더우면 바다 많이 생각해요.
옛날 남해 미조 바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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