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선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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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가는 길/김소월

2008.03.27 08:39

정문선 조회 수:244 추천:24

가 는 길 - 김소월 -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 번 저 산에도 가마귀, 들에 가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강물, 뒷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 <개벽>(1923.10) - 해 설 ◆ 개관정리 ⑴ 성격 : 민요적, 전통적 ⑵ 시적자아 : 피할 수 없는 상황(이별의 상황) 속에서 떠나지 않으면 안되는 자아 떠나야만 하는 현실과 떠나고 싶지 않은 마음 사이에서 갈등에 휩싸인 자. ⑶ 표현 : ①1연의 '시행걸침(행간걸림)'의 효과 ― '하니'라는 시어가 통사적으로는 2행에 놓여야하는데, 3행으로 내려놓음으로 해서 시적 자아의 감정의 깊이를 미세하게 표현할 수 있었음. ②1,2연과 3,4연의 운율 대조 ― 1,2연은 전체가 3음보 하나로 이루어져 있는데 반해 3,4 연은 3음보 두 개로 이루어져 있음으로 해서 호흡의 차이가 생김. 1,2연은 천천히 읽히면서 망설임의 심리가 나타나고, 3,4연은 빠르게 읽히면서 상황의 촉박감(서두름)이 느껴진다. 이러한 운율 구성은 이별을 망설이는 화자의 내면과 떠나야만 하는 상황 사이에 긴장감을 조성함으로써 읽는 이에게 이별의 안타까움과 애상감을 효과적으로 제시한다. ⑷ 중요시구 * 가마귀 → 보고싶은 사람을 못보게 하거나, 떠나기를 강요하는 역할 어둠의 전조(前兆)를 알리는 시간의 새이면서, 비관적인 생의 인식을 반영하는 객관적 상관물 * 강물 → 전통적 상징 의미(이별)의 이미지 흘러가 붙잡을 수 없는 시간과 삶의 표상으로, 인간의 의지로 극복될 수 없는 한계의식 암시 ⑸ 주제 : 이별의 순간에 느끼는 심리적 갈등(아쉬움과 망설임, 그리움) ◆ 시상의 전개방식(구성) ⑴ 1연 : 이별하는 순간의 아쉬움과 그리움 ⑵ 2연 : 아쉬움과 그리움의 심화 ⑶ 3연 : 가마귀의 재촉 ⑷ 4연 : 강물의 재촉 ◆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우리 민족의 내면에 흐르는 정한의 세계를 전통적인 세 마디 가락에 담아 진솔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상황은 갈 길을 재촉하는데 화자는 그리움과 미련 때문에 머뭇거리고 있다. 이처럼 애틋한 화자의 심정은 몇 마디 되지 않는 시어와 여성적 어조, 전통적 가락에 담겨 표현되고 있다. <가는 길>의 서정적 자아는 이별의 상황에 놓여 있다. 그는 그냥 갈까 하다가 그래도 다시 한번 더 돌아보고픈 마음의 흔들림 속에 있다. 그는 그리워하면서도 평소에는 '그립다'는 말조차 못하는 여린 성격의 소유자이다. '그립다'는 말을 할까 하고 마음속에 되뇌어 보는 순간 마음속에 고여 있던 그리움이 새삼 절실하게 밀려온다. 이 시는 이별의 상황에서 느끼는 그리움과 망설임, 그리고 아쉬움이라는 미묘한 심리를 노래하고 있다. 표현하기 어려운 마음 속의 감정들을 섬세한 말씨와 대조적인 배경설정을 통해 노래하고 있다. 1·2연에서는 간결한 시어와 행간걸림을 통해 시적 자아의 주저와 망설임이 나타나 있고, 3·4연에서는 시적자아를 서두르게 하는 자연 배경으로서 가마귀 울음 소리와 강물의 흐름이 나타나 있다. 얼핏 대조적으로 보이는 상황설정은 서로의 의미를 강조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 즉, 1·2연의 망설임 때문에 3·4연의 서두름이 두드러지게 느껴진다. ● 더 읽을거리 : 지속과 변화, 흐름의 철학 이 작품은 지속과 중단, 그리고 변화라는 흐름의 원리에 기초를 두고 있다. 우선 '가는 길'과 '흐르는 강물'은 인생과 자연의 원리가 지속에 근거함을 비유적으로 말해 준다. 기 · 승 · 전 · 결이라는 4연 구조로 짜여진 이 시는 다시 1, 2연과 3, 4연으로 구분된다. 먼저 1연은 '그립다(지속)', '말을 할까(중단)', '하니 그리워(변화)'라는 세 가지 감정의 기복을 보여 준다. 이것은 그리움이라는 지속적인 감정이 겪고 있는 갈등의 표출이면서, 동시에 사랑의 본질적인 한 모습이 된다. 2연도 마찬가지이다. '그냥 갈까 / 그래도 / 다시 더 한 번 ····'이라는 구절 속에는 단념과 미련이라는 중단과 지속의 갈등이 개재되어 있는 것이다. 아울러 이 속에는 미완의 긴장이 형성됨으로써 시의 서정성을 강화하게 된다. 사랑은 지속과 중단, 그리고 변화의 감정이 교차하는 가운데 하나의 흐름을 이뤄가게 되는 것이다. 이 점에서 사랑은 생의 원리와 근본적인 동일성을 지니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것은 지속과 변화, 혹은 지속과 중단과 변화라는 흐름의 원리 위에 놓여짐을 의미한다. 3연에서는 예의 상관물이 등장한다. 여기에서는 가마귀가 그것이다. '저 산'과 '들'에서 '서산에 해 진다고 지저귀는' 가마귀는 퍼스나의 시적 인식이 비관적인 것에 연결돼 있음을 말해 준다. 가마귀는 비관적인 생의 인식을 반영하는 정서적 상관물에 해당하는 것이다. 4연에서 강물도 마찬가지다. '앞 강물, / 뒷 강물 / 흐르는 물'은 흐름으로서의 그리움(사랑)이며, 흐름으로서의 생의 원리를 제시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강물'은 '길'과 마찬가지로 언제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로 이어지는 지속과 변화의 표상이다. 그리고 이들은 앞과 뒤에서 서로 밀고 당기는 힘으로서 작용하게 마련이다. '어서 따라오라고 따라가자고'라는 강물의 밀고 당김은 바로 체념과 미련, 지속과 변화, 이성과 감성 등이 서로 갈등을 이루는 사랑의 모습이자 인생의 모습일 수 있는 것이다. 그리움으로서의 사랑과 변화로서의 인생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라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끊임없이 갈등과 긴장을 이루며 전개되어 간다는 점에서 '강물'과 유사한 것이다. 이 점에서 시 <가는 길>은 '흐름'의 원리로서 사랑과 인생을 파악한 작품으로 이해된다. - 김재홍, <한국 현대 시인 연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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