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선의 문학서재






오늘:
2
어제:
1
전체:
10,709

이달의 작가

피보다 붉은 오후/ 조창환

2008.04.01 01:54

정문선 조회 수:95 추천:16

피보다 붉은 오후 - 조창환 - 푸른 잔디 가운데로 투명한 햇살이 폭포처럼 쏟아진다. 피보다 붉은 모란 꽃잎이 툭 떨어진다. 아그배나무 가득 희고 작은 꽃이 바글바글 피어 있다. 첫 키스를 기다리는 숫처녀처럼 숲을 설레게 하는 두려움이 파도처럼 술렁인다. 이 하늘 아래 빈 발자국 몇 개 남겨 놓은 일이 너무 눈부셔 어깨에 묻은, 달빛 같은 바람을 쓸어안는다. - <피보다 붉은 오후(2001)>- 해 설 [개관 정리] ◆ 성격 : 예찬적, 감각적, 관조적, 서경적 ◆ 표현 : 자연을 시각적으로 극대화시켜, 선명한 아름다움을 인상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직유법과 음성상징어를 사용하여 대상을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다. 한 순간의 광경을 현재 시제로 묘사하고 있다. ◆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푸른 잔디 가운데로 투명한 햇살이 폭포처럼 / 쏟아진다. → 쏟아지는 햇살을 시각적 또는 청각적 이미지로 표현함. * 푸른 잔디 / 붉은 모란 → 색채의 대비 * 피보다 붉은 모란 꽃잎이 / 툭 / 떨어진다 → 시인은 '툭'을 한 행으로 배열함으로써 모란꽃잎이 허공을 수직으로 가로질러 땅 위에 떨어지기까지의 과정을 떠올리게 하고 소리의 울림이 가슴에 여운처럼 남게 한다. 즉, 모란꽃잎에 시선을 집중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처럼 모란 꽃잎이 무게감 있게 '툭' 떨어지는 것은 시간이 고요히 흐르고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이 장면이 정지된 그림이 아니라 살아 있는 자연의 풍경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 * 툭 → 정적 속의 소리이자 정지된 배경 속의 움직임으로, 시선을 집중시킴. * 첫 키스를 기다리는 숫처녀처럼 ∼ 술렁인다. → 숲의 변화를 시각과 청각적 이미지로 표현함. 숲의 나무, 풀, 꽃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도 봄. * 숲을 설레게 하는 두려움 → 자연(봄)의 아름다움 때문에 * 이 하늘 아래 빈 발자국 몇 개 남겨 놓은 일이 / 너무 눈부셔 → 자신의 삶에 대한 겸손한 태도와 긍정적 인식 * 빈 발자국 몇 개 → 화자가 세상(자연)에 남긴 인생의 발자취로, 욕심 없이 살아온 흔적을 말함. * 어깨에 묻은, 달빛 같은 바람을 / 쓸어안는다. → 자연을 향한 화자의 태도가 나타남. 무형의 '바람'을 보고 만질 수 있는 사물로 표현함. ◆ 제재 : 오후의 풍경 ◆ 주제 :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예찬 [시상의 흐름(짜임)] ◆ 1∼2행 : 봄햇살이 쏟아지는 모습 ◆ 3∼5행 : 모란 꽃잎의 낙화 ◆ 6∼8행 : 아그배나무 꽃이 만발한 모습 ◆ 9∼12행 : 봄에 설레는 숲(숲에 이는 바람) ◆ 13∼16행 :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감사와 삶의 기쁨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봄 오후의 아름다운 정경을 보면서 이에 대한 경이감을 노래하고 있는 시이다. 이 시의 화자는 지금 눈앞에 펼쳐지는 자연 현상을 보면서 그 경이감에 싸여 있다. 그는 쏟아지는 햇살과 그 햇살 아래 바글바글 꽃을 피우고 있는 아그배나무의 찬란함을 보면서 가슴 설레고 있는 것이다. 모란이 지고 있고 아그배나무의 꽃이 피어 있는 것을 보면 아마 봄이 한창 무르익는 때이거나 봄에서 초여름으로 막 접어드는 계절인 듯하다. 푸른 잔디 위로는 투명한 햇살이 폭포처럼 쏟아지고 아그배나무의 흰 꽃들은 수도 없이 많이 피어 있다. 이렇듯 아름다운 봄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시적 화자는 '하늘 아래 빈 발자국 몇 개 남겨 놓은 일이 너무 눈부셔'라고 자신의 생각을 적고 있다. 인생이 결국 빈 발자국 몇 개 남기는 것처럼 순간적인 것임을 깨달은 화자는 이 세상을 긍정적이고 아름답게 볼 수 있는 것이다. 맑고 순수한 눈을 가지고 세상을 보고 있는 것이다. 세상은 무한히 아름답지만 그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사람만이 그것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시인은 이런 눈을 가지고 봄 어느 날의 한 순간을 이렇게 포착하여 언어로 그림을 그려 놓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