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거울

2016.07.24 01:08

정용진 조회 수:137

물과 거울

                              정용진 시인

 

물은

제 자신이 맑기에

고요히 서있는 청산을

자신의 가슴에 품는다.

 

봄에는 꽃동산

여름에는 청산

가을에는 황금 동산

겨울에는 설산(雪山)

가슴 속 깊이 품는다.

 

거울은

자신이 투명하기 때문에

모든 사물들을

그 형상대로 담는다.

 

'옛날에

두만강변의 나무장사가

나뭇짐을 지고 장터로 가서

나무를 팔고 오려는데

사람들이 몰려 앉아 있는 곳을 보니

거울 장사가

거울을 팔고 있었는데

평생에 자기 얼굴을 보지 못하였던

나무 장사가 하도 신기하여

거금을 주고 하나 사서

부인에게 보여 주었더니

자기 얼굴을 처음 본 부인이

슬프게 우는 울음소리에 놀란

시어머니가

아가 왜 그리 슬피 우느냐 물으니

어머니 글쎄 이 사람이 장에 가서

첩을 하나 얻어왔어요 하더란다.

 

시어머니가 어디 나 좀 보자하고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더니

이빨 빠지고 주름투성이인

다 늙은이를 데려 왔구나,

살면 얼마나 살겠냐? 하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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