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라운딩한 해변가 그린에서

by 이 상옥 posted Jun 27,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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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호탤에 도착하니 벌써 오후  2시반이나 됐지만
긴긴 여름해에
시에스타라고
대낮에는 사람들이 얼씬도 않하고 쥐 죽은듯 조용했다.
다시 오후 3시쯤 돼야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대신 밤 10시쯤이면
사람들이 와글 와글 시끌 벅석거리기 마련이였다.
간단히 점심을 먹고
샤워를 한 다음
낮잠을 자고 일어나니 아직 저녁 7시도 돼지않아
저녁 해가 온 세상에 가득했다.
둘이서 맥주를 한잔씩 나누며 담소도 하고
호탤을 둘러 봤다.
왜냐하면 저녁 식사가 밤 9시부터 이기 때문이다.

해는
바닷속으로 사라져 버렸지만
아직도 훤하니  밝았는데
호탤 일꾼들이 부지런히 다니며 횟불을 켜고
식탁을 딱고 부산을 떨고 있었다.
바로 해변가 모래 사장 위에 저녁 식탁을 준비하는 까달이였다.
노래하는 무대에는 대형 앰프와 가라오케가 설치되고
춤을 출수있는 댄싱 플로어가 반들 반들 윤이 날때쯤에
우리는 경관이 좋은 자리에 몫을 잡고 앉았다.
곧 이여
이브닝 드레스나
화려한 춤을 출수있는 옷을 입은 맥시코 부자 여인들이
정장을 한 남자들 부축을 받으며 떠들석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조금후
아릿 다운 소녀 하나가 꽃 다발을 가득 들고 나타나
식탁을 순회했다.
향기보다 화려한 색갈이 눈을 끌었지만
우리 남자들 둘은 그만 미소만 짓고 말았다.

조금후
무대에는 젊은 남자 가수와 화려한 스페니쉬 전통 의상을 입은
댄서가  탠버린를 들고 나타났다.
미남 가수가 전자 올갠을 치며 귀에 익은 노래를 부르자
그 노래에 맟춰 댄서가
그야 말로 환상적인 춤을 추고 있었다.
사방은 캄캄한데
저 멀리 수평선에는  남 십자성이
바닷물에 몸을 풍덩 잠긴듯이 머리 꼭대기만 빼꼼 내 보이고
그리고 동쪽 하늘에는 둥근 달이 하얏게 떠오르는
로맨틱한 밤이였다.
웨이터와 웨이트리스 들이 분주히 테이블을 돌아 다니며
저녁 주문을 받고 있었다.
여기만 해도 영어가 잘 통하지 않아
피터가 큰 몫을 했다.
유창하지는 않았지만 그런 대로 스페니쉬 의사 소통을
할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스워드 피쉬 브로일을 시키고
피터는
애그 프랜 파머잔을 시켰다.

캄캄한  해변가의 밤에
바닷가에서 불어오는 미풍이 공연히 가슴을 울렁거리게 하는데
아주 잘 생긴 웨이터가
우리 식탁으로 와서는 신청곡을 받겠단다.
나는
플라시도 도밍고가 부른
" 솔라 만테 우나베 "를 신청하고 팁 50페소를 건네주자
입이 함지막하게 벌어진 친구가 한곡을 더해도 된다하여
" 베싸메 무쵸 "를 얼떨결에 신청하고 만다.


벌써 밤 10시 30분이지만
이제 초 저녁처럼
춤 꾼들의 열기가 서서히 타 오르게 마련이였다.
피터와 나는
샤도내를 한병 주문하여 둘이서 홀짝거리며
캄캄한 수평선과 댄싱 플로어를 번갈아 주시했다.
춤하면
역시 태생적인 춤꾼인 남미 사람이다.
댄스 플로어에는 발 디딜 틈도 없이 춤 추는 사람들로
꽉차 있었고
오직 피터와 나만이 식탁에 앉은 구경꾼이였다.
드디여
아까 노래에 맟춰 춤을 추던 무희들이 우리 식탁에
달려들어 우리 부자를 끌어 내갔다.
' 아 ~~ 참내   !  춤 좀 배워둘걸 그랬어. 정말.  '

주먹만한 게가 쥐들처럼 식탁 주위에 몰려든 밤에
피터와 나는 거나하게 취해 해변가를 걷고 있었다.
몇칠전
믹스떼끼야에서는 샤워를 못해 잠을 못이뤘는데      
여기는 한마디로 별천지였다.
결국
이 세상 그 누구도 물질의 유혹을 물리치기가
이렇게 어려울까     ?
누으면 하늘의 별이 보이는 집에
한끼를 끌일수 있는 나무 조각들과 뎅그러니 걸려 있는 솥하나,
비닐의자 두개를 신주 모시듯하며
집 오리떼 들과 함께 잠을 자는 인디오도 있고
남아도는 음식으로 그 동네 사람들이 먹고도 남을 양으로
호의 호식하는 이 호탤에 머무는 우리들은 또 얼마나
사치를 누리는가  !    
인간은 태여날때부터 이렇게 불 공평하다니
헷 갈리는 마음을 피터와 추스리며
달빛이 사뭇 우리들을 유혹하는 긴 모래 사장을
한참 동안이나 걷다가
호탤로 돌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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