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61
어제:
184
전체:
5,020,786

이달의 작가
2016.09.08 05:14

화상을 입다

조회 수 30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화상을 입다


이월란 (2016-6)

 

더 이상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

뜨겁고 빨랐다

주치의는 간단히 진단을 내렸다

제대로 데이셨습니다

 

LPG 가스 폭발처럼 확 덮쳐오던 화마

괴사된 조직들이 서로를 붙들고 버티지만

결코 과거로 돌아갈 순 없다

 

손이 먼저 챙기는 스카프마다

어제인 듯 피어있는 봄꽃들이 작위적이다

벌레의 큰 눈처럼 덧씌운 선글라스 또한 공상적이다

 

어릴 땐 국그릇을 엎고 뱃가죽에 감자를 붙이고

며칠을 누워 있었더랬다

감자가 떨어질까 배를 움켜쥐고

수돗가에 쪼그리고 앉아 오줌을 누었더랬다

그리곤 새살이 돋았었는데

 

거울 속엔 이제 그녀가 없다

사고는 늘 안전한 집안에서 일어나기 마련,

전류는 이미 발바닥까지 훑고 돌아 나왔다

재활 시도는 좌절된 지 오래다

안전밸브는 장식에 불과하고

투명한 고압선은 거미줄처럼 노출되어 있다

 

은밀히 오고 조용히 사라진 화제 사건

실체가 없는 것들이 한 둘이 아니다

미제로 남은 완전범죄다

 

전신에 화상을 입었다

세월이라는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1 제1시집 마음의 거리(距離) 이월란 2008.05.08 484
30 눈길 이월란 2008.05.08 338
29 돌부리 이월란 2008.05.08 385
28 황사 이월란 2008.05.07 591
27 솜눈 이월란 2008.05.07 418
26 여행, 일탈을 맛보다 이월란 2008.05.07 502
25 수필 회색지대 이월란 2008.05.07 611
24 수필 사랑의 복수 이월란 2008.05.07 587
23 수필 편애하는 교사 이월란 2008.05.07 711
22 제1시집 바람이 머물다 간 자리 이월란 2008.05.07 544
21 당신 이월란 2008.05.07 394
20 제1시집 사명(使命) 이월란 2008.05.07 412
19 제1시집 탑돌이 이월란 2008.05.07 412
18 왼손잡이 이월란 2008.05.07 455
17 어항 이월란 2008.05.07 509
16 영시 Maturing Love 이월란 2008.05.07 368
15 상사병 이월란 2008.05.07 553
14 제1시집 별리동네 이월란 2008.05.07 446
13 제1시집 잔풀나기 이월란 2008.05.07 570
12 제1시집 푸쉬킨에게 이월란 2008.05.07 510
Board Pagination Prev 1 ... 74 75 76 77 78 79 80 81 82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