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15
어제:
156
전체:
5,020,196

이달의 작가
2016.09.08 05:14

화상을 입다

조회 수 30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화상을 입다


이월란 (2016-6)

 

더 이상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

뜨겁고 빨랐다

주치의는 간단히 진단을 내렸다

제대로 데이셨습니다

 

LPG 가스 폭발처럼 확 덮쳐오던 화마

괴사된 조직들이 서로를 붙들고 버티지만

결코 과거로 돌아갈 순 없다

 

손이 먼저 챙기는 스카프마다

어제인 듯 피어있는 봄꽃들이 작위적이다

벌레의 큰 눈처럼 덧씌운 선글라스 또한 공상적이다

 

어릴 땐 국그릇을 엎고 뱃가죽에 감자를 붙이고

며칠을 누워 있었더랬다

감자가 떨어질까 배를 움켜쥐고

수돗가에 쪼그리고 앉아 오줌을 누었더랬다

그리곤 새살이 돋았었는데

 

거울 속엔 이제 그녀가 없다

사고는 늘 안전한 집안에서 일어나기 마련,

전류는 이미 발바닥까지 훑고 돌아 나왔다

재활 시도는 좌절된 지 오래다

안전밸브는 장식에 불과하고

투명한 고압선은 거미줄처럼 노출되어 있다

 

은밀히 오고 조용히 사라진 화제 사건

실체가 없는 것들이 한 둘이 아니다

미제로 남은 완전범죄다

 

전신에 화상을 입었다

세월이라는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1 수필 회색지대 이월란 2008.05.07 611
30 회유(回游) 이월란 2008.05.09 313
29 회향(懷鄕) 이월란 2008.05.09 299
28 횟집 어항 속에서 이월란 2008.10.07 570
27 횡설수설 악플러-----영혼말이 이월란 2008.11.18 193
26 견공 시리즈 휘파람(견공시리즈 43) 이월란 2009.10.14 458
25 휠체어와 방정식 이월란 2010.03.15 467
24 제2시집 휴거 이월란 2008.05.12 246
23 휴대폰 사랑 이월란 2008.05.10 337
22 흐르는 뼈 이월란 2008.12.09 302
21 흐르는 섬 이월란 2009.01.15 278
20 흐린 날 이월란 2008.05.10 296
19 흐린 날의 악보 이월란 2021.08.16 58
18 제3시집 흐린 날의 프리웨이 이월란 2009.09.04 378
17 흐림의 실체 이월란 2008.10.24 263
16 흑염소탕 이월란 2009.10.08 661
15 흔들리는 물동이 이월란 2008.05.09 277
14 제2시집 흔들리는 집 이월란 2008.05.10 694
13 제2시집 흔들리는 집 / 표4글, 시인의 말 file 이월란 2016.08.15 164
12 제2시집 흔들리는 집 / 해설 (임헌영) file 이월란 2016.08.15 168
Board Pagination Prev 1 ... 74 75 76 77 78 79 80 81 82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