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23
어제:
400
전체:
4,975,052

이달의 작가
2016.09.08 05:14

화상을 입다

조회 수 28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화상을 입다


이월란 (2016-6)

 

더 이상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

뜨겁고 빨랐다

주치의는 간단히 진단을 내렸다

제대로 데이셨습니다

 

LPG 가스 폭발처럼 확 덮쳐오던 화마

괴사된 조직들이 서로를 붙들고 버티지만

결코 과거로 돌아갈 순 없다

 

손이 먼저 챙기는 스카프마다

어제인 듯 피어있는 봄꽃들이 작위적이다

벌레의 큰 눈처럼 덧씌운 선글라스 또한 공상적이다

 

어릴 땐 국그릇을 엎고 뱃가죽에 감자를 붙이고

며칠을 누워 있었더랬다

감자가 떨어질까 배를 움켜쥐고

수돗가에 쪼그리고 앉아 오줌을 누었더랬다

그리곤 새살이 돋았었는데

 

거울 속엔 이제 그녀가 없다

사고는 늘 안전한 집안에서 일어나기 마련,

전류는 이미 발바닥까지 훑고 돌아 나왔다

재활 시도는 좌절된 지 오래다

안전밸브는 장식에 불과하고

투명한 고압선은 거미줄처럼 노출되어 있다

 

은밀히 오고 조용히 사라진 화제 사건

실체가 없는 것들이 한 둘이 아니다

미제로 남은 완전범죄다

 

전신에 화상을 입었다

세월이라는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11 환승 이월란 2008.10.17 268
1610 환각의 아이들 이월란 2012.04.10 309
1609 견공 시리즈 화풀이(견공시리즈 76) 이월란 2010.07.09 360
1608 화양연화(花樣年華) 이월란 2009.10.14 320
1607 제3시집 화성인 이월란 2011.01.30 413
1606 화석사냥 이월란 2009.09.12 315
» 화상을 입다 이월란 2016.09.08 281
1604 제2시집 홍하(紅霞)의 해빈 이월란 2008.07.08 321
1603 홍옥 이월란 2010.08.22 373
1602 홍엽 이월란 2008.05.10 284
1601 제2시집 홍시 이월란 2008.05.10 292
1600 홈리스 (homeless) 이월란 2008.05.31 256
1599 홀수의 미학 이월란 2021.08.16 41
1598 견공 시리즈 혼자 노는 사랑(견공시리즈 36) 이월란 2009.10.05 249
1597 혼돈의 꽃 이월란 2011.05.10 310
1596 호텔 YMCA, 채널1 이월란 2010.05.25 441
1595 제1시집 호접몽(胡蝶夢) 이월란 2008.05.09 437
1594 호스피스의 유서 이월란 2010.03.22 413
1593 호감 이월란 2008.05.09 442
1592 형이상학의 본질 이월란 2010.07.19 497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