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무엇인가?' 이 수수께끼의 답은 거창할 것 같지만 오히려 간단하다. ‘삶은 계란’이다. 삶=계란이라는 뜻이다. 얼핏 이 얘기는 우스갯소리로 지어낸 말이긴 하지만 사실 맞는 말이기도 하다. 계란을 얼마나 삶느냐에 따라 잘 익은 완숙이 되느냐 아니면 설익은 반숙이 되느냐가 되는 것처럼 삶도 어떻게 살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 신화에 오디푸스 이야기가 나온다. 테베의 암산부근에는 사람의 머리와 사자의 몸을 가진 괴물이 살고 있었는데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수수께끼를 내어 풀지 못하면 잡아먹었다. 

  어느 날 오디푸스도 이곳을 지날 때 괴물이 나타나 물었다. ‘아침에는 네발로, 낮에는 두발로, 밤에는 세발로 걷는 짐승이 무엇인가?’오디푸스는‘사람’이라고 간단히 답했다. 사람이 태어나서는 네발로 기다가 커서는 두 발로 걷고 나이 들어서는 지팡이에 의지해 가는 삶의 여정을 빗댄 물음이었다. 그러자 수수께끼를 풀어낸 것에 분한 괴물은 스스로 바위에 머리를 부딪쳐 죽었다. 그 괴물의 이름은 스핑크스였다. 

  스핑크스는 그리스어로는 ‘살해자’이지만 이집트어로는 ‘살아있는 모습’이라 한다. 죽어 오랜 세월 모래 속에 파묻혀 있던 스핑크스는 어느 날 이곳을 지나가던 중 그늘에 쉬다가 잠든 투트모스 왕자의 꿈에 나타나 부탁한다.‘숨 막히는 이 모래 속에서 나를 꺼내 주면 왕이 되게 해 주겠다’고. 잠에서 깨어나 그를 꺼내 준 왕자는 왕이 되고 그곳에 감사의 비문을 새겨 놓음으로써 스핑크스는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부활하게 된다. 

  이로써 ‘스핑크스’는 ‘죽임과 살아남’의 두 의미를 가졌던 바대로 오늘 우리에게 죽음과 동시에 재탄생을 보여 주었다. 이는 결국 죽음과 삶은 숙명적이긴 하지만 그 둘이 반드시 서로 동떨어진 것이 아니란 의미를 일깨워 준 게 아닐는지. 

  그 후 인생을 아침과 낮 그리고 밤에 비유해 묻던 그의 수수께끼는 또 다른 질문으로 이어졌다.‘한 쪽이 다른 한 쪽을 낳고, 태어난 자가 다시 자기를 낳은 자를 낳는 것이 무엇이냐?’ 고. 답은 낮과 밤이다. 

  어쩌면 이 또한 모든 것이 나타나고 스러지고 다시 생겨나는 것이 풀지 못할 수수께끼 같아 보여도 결국은 이 모두 역시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것일 게다. 

  수수께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라 했다. 그러고 보면 ‘인생도 수수께끼’라고 하니 삶 역시 무언가를 찾아가는 힘든 여정일 텐데 우리가 살아가면서 풀어야할 남아있는 수수께끼들은 무엇이며 그 답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아마도 이것이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스핑크스의 세 번째 물음이라면 그 답은 시인 폴 발레리에게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머지않아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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