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사랑의 노래/정용진 시인

2016.09.16 13:05

정용진 조회 수:113

한강 사랑의노래

                                             정용진 시인

(1) 여강(驪江)

 

님은

명주 비단자락.

내 마을 인정을살포시 두르고

굽어 도는청실 강줄기

그리운 물결 소리

밤마다애틋한 꿈을 싣고 와

은모랫벌

조포(潮浦) 나루를 건너는

님은아련한 달빛.

내 누님의

속마음 같은명주

 비단자락.

       

 

(2) 강마을

 

내님이 사는 마을은

돛단배 밀려오고

따사로운 인정 머무는

버들  강마을

 

동산에 돋는 

머리에 이고

가녀린 손길을 모두어 가며

한없이 한없이

기다리는 마음

 

애달픈 사연 토해놓고

기러기  떠나가고

파아란 강심에

깃드는  노을

 

하아얀 모래밭

푸른  숲을

끝없이 끝없이

가고픈 마음

 

외로운 초생 

창가에 들면

멧새도 울음 멈춰

숲으로 드네.

 

그토록 오랜 세월

고운  가꾸며

 밤도 잔잔한 강마을

창가에 쉬네

 

(3) 강나루

 

노을 붉어

하루가 저무는

강나루.

 

계곡을 따라 흐르는 종소리

종소리를 따라 내리는 강물

 

천 만길 벼랑을

구르는 아픔보다

더한 진통의 밤은

침묵의 산을 낳고

 

청명한 공간에 삶을 부르면

티 없이 메아리 져

되돌아오는 언덕에서

 

온갖 번뇌로 젖어온

그 마음은

 

바람을 따라 흐르는 종소리

종소리를 따라 내리는 강물

 

오가는 세월도

맴돌아 씻기는 길 역에서면

님의 노래는

애달픈 물결

 

오늘도

머 언 꿈길을 밀어가는

강나루.

 

(4)신륵사(神勒寺)

 

외길 향한구도(求道) 염원이

얼마나 깊고 멀기에

여강(驪江)

봉미산(鳳尾山) 자락을품에 안고

밤과 낮을여울져 흐르는가.

 

대 소리 같은

신륵사 종소리가

차안(此岸)에 일어피안(被岸)에 달하면

원효(元曉), 나옹(懶翁),

무학(舞鶴)스님의 설법이

중생의 낡고 빈 가슴을

자등명(自燈明)으로 채우고

법등명(法燈明)으로 밝히네.

 

인연(人緣)이 다하면

만남과 헤어짐도

무상(無常)구름처럼

떠나가는 것.

 

오늘도

사바(娑婆)의 세계를 향해

멀어져 가는

저문 강물소리

여래(如來)의 마음 같은

신륵사의 종소리가

노을 속에 번지네.

신륵사는 여주 강변에 있는 천년 고찰

 

(5)조포(潮浦) 나루

 

지존(至尊)의 선비가

천한

뱃사공이 젓는

낡은 목선(木船)

옥체(玉體)를 맡기고

청강(淸江)의 물살을 갈랐으리라.

 

인간의 정()이란

주고받을 수 록

소리 없는 강물처럼

저리 깊어만 가는 것인데

사농공상(士農工商) 계층을

권력의 잣대로 그어놓고

가난한 백성들을 함부로 부리던

 그들은 지금,

다 어디로 갔는가?

 

조포(潮浦)나루에서

러운 세월 속에

소리 없이 낡아가는

 목선(木船)

사공의 노 젓는 소리가

 옛 임의 숨결로 그립다.

 

산 노을이 붉은 이 저녁

신륵사 천년의 종소리가

여강(驪江)물결에

티 없이 번지는데

오늘도마암(馬巖)을 굽이돌

한양(漢陽)을 향해도도히 흘러가는

저문 강물소리가

나그네의 가슴을 두드린다.

 

*潮浦는 여주 신륵사 앞 나루이름.   (마포. 광진. 이포와 더불어 한강의 4대 나루에 하나)

 

(6)영월루(迎月樓)

 

오대산굽이굽이 감돌아흘러온 물줄기

여강(驪江)에 이르러거울을 이루었구나

애타는 마음중천 명월로 떠서

내 가슴과강심(江心)

 티 없이 푸르른 데

연연(戀戀)한 그리움이물결져 흐르네.

 

밤마다

눈부시게돋아오는 앳된 얼굴

그리운 임을

오늘도가슴 가득 안으려

마암(馬巖) 영월루(迎月樓)돌계단을

 오르는발자국 소리.

 

영월루는 남한강 신륵사 앞에 있는 누각이름.

 

(7) 샛강

 

 물결을 

따라가려는 사람들은

참으로 많구나

화려한 깃발

요란한 둘러리들

번쩍번쩍 빛나는

훈장을 매단 

장군의 행렬은

큰길로 지나가고

샛강에는

개나리 봇짐의

허술한 품꾼들만 모여서서

막걸리를 퍼마시며

모닥불을 쬐고 있구나

 

꽁보리밥에 열무김치를

가난과 버무려 

허기를 채우면

서러운 민중의 한이

하현(下弦달로 떠오르던

샛강

 

한겨울

썰매를 타던

아이들이 돌아간 

얼음이 갈라지는 소리에

 겨울이 떠나가고

새소리 자욱한 

봄이 오는 구나

샛강이 몸을 푸는구나.

 

(8) 강가에 앉아서

 

산그늘이 내리는해거름

강가에 앉아서

나루터를 바라보면

산모롱이를

분주히 돌아

귀가를 서두르는

서러운 발걸음들이 있다.

 

물이 흘러가듯

세월이 밀려가는

강가에 앉아서

낮은 구름 가득히

황혼이 깃드는

어스름우수에 찬 상념들이

나래를 펴면

마음은 파아란 강물

가슴에 고이는

붉은 저녁노을.

 

산천이 잠을 청하는

저문 강가엔또 하나의

꿈이 서리고 있다.

 

(9)강물

강물은

그 천성이 얼마나 정하면

하늘을 가슴에 담고

청산을 품에 들여

물고기들의 춤과

온갖 새들의 노래로

축제의 향연을 베푸는가.

 

내 마음

한줄기 강물이 되어

맑게 맑게

프르게 프르게

끝없이 끝없이

흐르기를 바라네.

 

오늘도

너무나 후미져

어느 누구도 내려가기를 꺼리는

낮은 곳으로 흐르는 강

자신이 낮아질수록

스스로 풍성해지는 진실을

그는 안다.

 

몸을 스스로 낮출수록

더욱 깊고 투명해지는 강물

삼라만상들이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고

놀라는 광경을 보라.

 

바다는

강이 밤새도록 실어다준

온갖 잡생각들을

조용히 다스릴 수 없어

언성을 높여 파도로 내려치며

깊게 깊게 가라앉힌다.

 

깊어질수록

몸과 음성을 낮춰

소리 없이 흐르는 강물.

 

(10) 강의노래

 

너와 나는

머언 후일

강물로 만나자.

 

굽이굽이인생 굽이를

사랑처럼 맴돌다가

폭포를 만나면

함께 뛰어내리고

여울을 지날 때엔

소리 높여 울어 가자.

 

달빛이 쏟아지는

은 모랫벌에서

 피워내는바람의 축제

갈대들의환호를 받으면서

기인여정이 끝나는 포구에

해조음이

그리운 사람들의 발소리로

몰려오며는

너와 나는

머언 후일

()노을로 뜨자.

 

여강(驪江)은 경기도 여주 앞을 흐르는

남한강의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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