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연인 융프라우/정용진 시인

2016.09.26 09:35

정용진 조회 수:84

나의 연인 융프라우(Jungfrau)

                                                                  정용진 시인

님 그리워하는 마음

나날이 깊어

백옥장삼을 걸치고

억만년을 기다렸네.

 

기다리는 세월이 너무 길었다.

서있는 세월이 너무 길었다.

내 너를 찾아

구름으로 외지를 떠돌고

물결로 강산을 굽어 도는 동안

너는

고향마을 알프스 산록에서

주야 사시장철

춘풍추우(春風秋雨) 혹서동설(酷暑冬雪)

온 몸으로 안았구나.

 

기다림의 세월이 너무 길었다.

서있는 세월이 너무 오랬다.

숱한 세월의 맥박 속에

바람이

구름이

별빛이

눈비가

네 곁을 스쳐 지나가며

마음을 흔들고

가슴을 두드리고

옷소매를 잡아당겨도

곧은 절개로 버티고 서서

처녀의 머리위에

백발이 서렸구나.

 

날마다 너를 찾아온다, 온다하면서

고희(古稀)를 넘어 너를 찾아

흰 눈이 펄펄 내리는 3,454미터

알프스 융프라우 산정에 오르니

기다리다 지친 노여움으로

짙은 안개 커튼을 드리우고

얼굴을 숨기는구나.

 

타는 연정(戀情)

불길 같은 사랑을 억누르고

발길 돌려 떠나오는 내 마음 애닯어

따라오며 차창에 부딪치는 눈물방울

차가운 빗소리!

너의 발소리로 믿으련다.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내 너를 일찍 찾지 못하여

네 가슴에

만년설이 덮였구나,

내 너를 사랑하여

네 가슴위에 소복이 쌓인

흰 눈 위에

다섯 손가락을 펴서

나의 손도장을 찍어

카메라에 담아

울며 떠나가노라.

 

잘 있어, 또 올께

! !

나의 사랑

나의 연인

융프라우.

 

*융프라우는 알프스의 영봉으로 처녀라는 뜻임.

최고봉은 4,158미터 몽블랑으로 유럽 최정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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