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숙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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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가 그리워지는 날

 

  


                            홍인숙(Grace)



 


바다는 막 피어오르는

노을을 안고 있었다

넘실대는 파도 흰 거품 사이사이

요란한 민들레꽃 함성이 울려왔다

이 땅에 민들레가

모두 하늘로 올라가, 올라가 만발하다

때가 되어 일제히 꽃잎을 내린다면

바람결에 춤추듯 씨앗을 흩뿌린다면

씨앗들이 흰 눈가루로 내려온다면

음악으로 내려온다면

밤하늘에 별처럼 쏟아진다면

쏟아지다, 쏟아지다

일제히 거대한 화폭 속으로 숨어버린다면

노을을 담기 위해 바다로 떠난 날

온몸 가득 민들레 씨앗이 별처럼 묻어왔다

참으로 알 수 없는 일.

 

  (버클리 문학 3호 2016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