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을 걸어 잠그며

2016.10.09 00:01

정용진 조회 수:277

대문을 걸어 잠그며

                                             정용진 시인

우리의 선조들이

이르시기를

대문 앞을 청결히 하면

재물이 생기고

문을 활짝 열어 놓으면

만복이 들어온다.‘고 일렀는데

(開門萬福來 掃地黃金出)

 

나는 오늘

낮선 사람이 드나드는 것이 두려워

대문을 걸어 잠근다.

사방으로 울타리를 치고

대문마저 걸어 잠그니

나의 왕국이 된 것 만은 분명한데

갑자기 고독이 엄습해 오고

인기척이 그립다.

 

너는 내개로 오고

나는 네게로 가서

서로 의지하는 것이

인간사(人間事)인데

세상이 점점 불신의 시대로

전락해 가고 있으니

그저 답답하기만 하다.

내가 마치 스스로 지은

감옥에 갇힌 듯하다.

 

인간은

사랑과 대화

그리고

상면과 왕래가

복된 삶의 근본인데

닫지 말고

열어라, 열어라

대문도 열고

마음도 열고

가슴도 열어라.

 

만남과 대화는

행복으로 향하는 지름길이다.

수상한 발길 막으려다

그리운 님 행차 막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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