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숙의 문학서재




오늘:
1
어제:
18
전체:
458,268


단상
2016.10.19 11:56

삼숙이 나무

조회 수 219 추천 수 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삼숙이 나무


                                                   홍인숙(Grace)




약 한달 전에 산과 바다를 함께 안고 있는 Point Lobo State Park에 다녀왔습니다.
바닷가 바위에는 홍합이 다닥다닥 붙어있었고, 작은 게들도 아장거리다 재빨리 돌틈 사이로
숨곤하였습니다. 바닷가에는 온갖 색깔의 예쁜 조약돌들과 화석이 된 바위들이 각양의 무늬를
안고 있어 아득한 세월이 이루어낸 신비로운 자연 예술성에 가슴이 마구 설레였습니다.

산속, 숲과 숲 사이 기-인 산책로를 굽이굽이 걸어 돌면서 바라보는 바다는 보는 각도에 따라
매번 파도 빛깔도, 바위들도 다른 모습의 아름다움을 주었습니다.
바다를 바라보는 황홀감으로 힘든 것도 모르고 걷다가 발길에 차이는 부러진 마른 나뭇가지를
보게되었습니다. 갓난아기 팔 만한 작은 가지에 세 개의 작은 곁가지가 붙어있는 기이한 형체로
이미 바짝 말라 산책로를 딩굴고 있었습니다. 얼마나 방치되어 있었는지 나뭇가지는 온통 까맣게
말라붙은 겉껍질로 더러운 모습이었고 희미한 뿌리를 감싸는 흑조차 없었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세군데 가지 끝에 파르스름하게 말라붙은 깨 알만한 싹의 흔적이 보였습니다. 
비도 없는 곳에서 바닷가의 습도와 햇살만으로 그나마 아주 죽지 않았다면 집에 데려가 살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얼핏 스쳤습니다.

이미 다 죽어서 행인들의 발에 치이는 쓸모없는 나뭇가지였지만 혹시라도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멀쩡한 나무를 꺾어가는 오해를 받을까 염려되어 자켓으로, 작고 여린 싹이 떨어져 나가지 않도록
조심스레 덮어 가지고 왔습니다

집에 와서 지저분한 겉껍질을 말끔히 떼어내고 예쁜 분재그릇에 담았습니다. 환경이 바뀌면 혹시라도
그나마 깨알만한 싹마저 떨어져 버릴 것 같아 생긴 그대로 흙없이 소량의 수분과 햇살만 공급해주며
정성드려 키웠습니다. 가지가 세 개 있어 ‘삼숙’이라고 이름 지어준 그 나뭇가지가 지금은
가지마다 붉으라니 혈색이 돌며 통통하게 살이 올랐고, 깨알만큼씩했던 싹은 풋풋한 진초록색으로
새끼 손가락 만큼씩 불쑥불쑥 솟아올랐습니다.

삼숙이는 전혀 다른 환경이었지만 귀엽고 씩씩하게 자라 저에게 그날의 아름다운 바다의 정경과
함께 했던 친구들과의 소중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며 사랑을 건네주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 QT 시간에는 우리 삼숙이 생각이 나네요.
저도 우리 삼숙이처럼 열심히 싹을 피우고 섬김을 행한다면 제가 삼숙이를 사랑스러워하는 마음처럼
하나님께서도 저를 더 사랑해주시지 않을까요.


    

09.28, 2010

sungjang.jpg


              성장

자라는 것은 나무만이 아닙니다.
믿음도 나무처럼 성장합니다.
나무가 물을 먹고 자라는 데 비해 믿음은 영을 먹고 자란다는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영의 다른 이름은 ''기도의 에너지''입니다. (CBS 복음방송 그림 QT)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홍인숙(Grace)의 인사 ★ 1 그레이스 2004.08.20 1601
89 수필 삶 돌아보기 홍인숙 2003.12.02 869
88 부활의 노래 홍인숙 2003.04.19 870
87 밤비 그레이스 2006.03.18 871
86 내 안에 그대가 있다 홍인숙 2002.12.25 882
85 기다림은 텔레파시 홍인숙(Grace) 2004.10.16 889
84 행복한 날 홍인숙(그레이스) 2004.10.30 893
83 작은 들꽃의 속삭임 홍인숙(그레이스) 2008.09.10 896
82 수필 일본인의 용기 홍인숙 2004.07.31 899
81 안개 속의 바다 홍인숙 2004.08.02 900
80 슬픈 사람에게 홍인숙(그레이스) 2008.09.10 901
79 수필 슬픈 첨단시대 홍인숙 2004.07.31 903
78 눈물 홍인숙(Grace) 2004.10.16 904
77 마음이 적막한 날 홍인숙(Grace) 2004.08.16 909
76 수필 마르지 않는 낙엽 홍인숙(Grace) 2004.08.17 913
75 밤이 오면 홍인숙(그레이스) 2006.05.05 915
74 내가 지나온 白色 공간 홍인숙 2004.08.02 921
73 수필 새봄 아저씨 (2) / 아저씨는 떠나고... 홍인숙 2003.05.31 927
72 시와 에세이 존재함에 아름다움이여 홍인숙(그레이스) 2005.03.16 930
71 시와 에세이 사랑한다는 것으로 홍인숙 2003.03.03 934
70 인연 (2) 그레이스 2006.03.23 936
Board Pagination Prev 1 ... 8 9 10 11 12 13 14 15 16 17 Next
/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