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숙의 문학서재




오늘:
35
어제:
28
전체:
458,181


신기한 요술베개

 


                       홍인숙(Grace)



새벽 세시

알 수 없는 내 안의 비명소리로 일어났다

곤히 잠에 취한 컴퓨터를 깨우고

올망졸망 미명의 길목 기웃거린다

내 이름의 명찰 달고 홀로 밤을 지키는

작은 방들을 돌아보고 편지함에서

이슬 젖은 편지를 꺼내 읽는다

잠든 이웃집 창가에 새벽 입김으로 서성이다

멀어지는 잠의 꼬리를 더듬어 황급히

달리는 시계 바늘을 쫓아간다

 

싸늘한 웃풍이 등줄기 가득 쏟아진다

다시 잠을 청해본다

자야한다는 눌림으로

또 얼마나 많은 뒤척임을 해야 할까

요즘은 시가 써지지 않는다

그 가을 수북이 쌓였던 시어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머리만 닿으면 잠 대신 쏟아지는 질기디질긴 상념들

때론 너무 많은 생각들이

한 줄의 자유로움도 용납하지 않는다

날이 갈수록 요술을 부리는 베개만 신기할 뿐


(미주 중앙일보, 2016/ 10/ 05)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8 개나리꽃 <미주 중앙일보> 그레이스 2012.02.22 206
27 강가에서 <미주 중앙일보 L.A> 그레이스 2012.08.06 191
26 그대 안의 행복이고 싶습니다 < 미주문학 18호 > 그레이스 2004.08.25 190
25 기다림 < S. F 문학 3호 > 그레이스 2004.08.25 190
24 가을이 오려나보다 <미주 중앙일보> 그레이스 2012.10.14 189
23 침묵 <미주 중앙일보> 그레이스 2012.01.11 187
22 사랑한다면 <미주 중앙일보> 그레이스 2011.08.31 183
21 당신을 사모합니다 <미주문학 59호> 그레이스 2012.08.08 178
20 잠든 바다 <미주 중앙일보> 그레이스 2012.11.08 169
19 겨울 장미 <미주 중앙일보> 그레이스 2014.02.01 164
18 눈부신 봄날 <미주 중앙일보> 그레이스 2012.06.11 159
17 가을, 떠남의 계절 <미주 중앙일보> 그레이스 2012.10.14 156
16 삶의 뒷모습 <미주 중앙일보> 그레이스 2012.08.21 156
15 저 높은 곳을 향하여 외 2편 <버클리 문학> <미주문학 44호> 그레이스 2014.02.01 152
14 흔적 / 크로아티아의 집시 <버클리 문학 3호> 홍인숙(Grace) 2016.10.03 131
13 비를 맞으며 <미주 중앙일보> 그레이스 2014.02.01 122
12 밤이 오면 <미주 중앙일보> 그레이스 2014.02.01 91
11 흔적 / 드브로브닉 성벽에서 <버클리 문학 3호> 홍인숙(Grace) 2016.10.03 78
10 밤비 <중앙일보> 홍인숙(Grace) 2016.11.28 67
» 신기한 요술베개 <중앙일보> 홍인숙(Grace) 2016.11.03 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