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숙의 문학서재




오늘:
0
어제:
5
전체:
458,334


수필
2016.11.07 13:24

아침이 오는 소리

조회 수 12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아침이 오는 소리
                            


                                                                                홍인숙(Grace)


                            

아침이 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새 빛이 어둠을 헤치고 내려오면, 산과 들에 누워 있던 풀잎까지도 일제히 일어나 반기는 소
리, 사람들의 부산한 움직임 소리, 갑자기 시끌법석 쏟아지는 말소리, 샤워장의 물소리, 스토브의
물 끓는 소리.... 아침은 그렇게 밤의 정적을 깨고 신선한 소리로 다가옵니다.

긴 밤을 잎새마다 절망했던 잔디에도, 수많은 사람들의 희로애락이 스며든 길섶에도 그리고 햇
살과 입맞춤을 기다리는 봄 꽃망울에게도, 방울방울 이슬로 내려옵니다.
밤새 내린 비로 촉촉히 젖은 담장에 한줄기 햇살로 모락모락 김을 일구며 찾아온 아침은 행복
입니다.
따뜻한 커피 한 잔에 감미로운 바이올린 곡이라도 듣고 있으면, 더 없이 아름다운 아침의 장을
열 수 있습니다.
큰 저택이 아니어도, 주머니가 가득 차지 않았어도, 가슴 깊이 맺혀 있던 상처가 되살아나도,
어제 떠나간 사람들이 갈망한 이 아침을 오직 살아 있다는 특권 하나만으로 소유한다는 것은 언
제나 가슴 벅찬 행복입니다.
  
아침은 설레임입니다. 그 옛날 사랑했던 사람이 불쑥 나타나 옛 이름으로 불러 줄 것 같은, 어
디에선가 반가운 편지 한 통이 날아들 것 같은, 사지도 않은 복권이 당첨되어 꿈같은 일 이 벌어
질 것 같은, 이 아침은 잔잔한 설레임으로 다가옵니다.

아침은 희망입니다. 아침은 하루의 시작이며 시작은 늘 희망을 동반합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긴 암흑이 턴넬을 외로움으로 지나면서도, 오늘 이 아침이 있으므로 비로소
미소 질 수 있는 명분을 얻을 수 있습니다.
시한부 인생을 사는 사람이 이 아침을 얻으므로 또 한날을 잃는다해도 실망하지 않음은 다시
한번 실같은 용기로나마 일어설 수 있는 희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아침의 이 모든 것을 사랑합니다.
비록 해가 지면 다시금 절망이 스며든다 해도 포기하지 않음은, 언제나 정직하게 다가오는 아
침이 있기 때문입니다.


< 1995년 한국일보 / 여성의 창>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홍인숙(Grace)의 인사 ★ 1 그레이스 2004.08.20 1601
289 진눈깨비 내리는 날 그레이스 2010.09.19 1076
288 지평 홍인숙(Grace) 2016.10.01 82
287 존재함에 아름다움이여 홍인숙 2004.06.28 422
286 시와 에세이 존재함에 아름다움이여 홍인숙(그레이스) 2005.03.16 930
285 존재의 숨바꼭질 1 홍인숙(그레이스) 2007.02.08 1174
284 저녁이 내리는 바다 1 그레이스 2007.02.08 970
283 저 높은 곳을 향하여 1 그레이스 2006.01.05 1039
282 수필 쟈스민 홍인숙(Grace) 2016.11.07 66
281 시인 세계 재미 현역시인 101선 등재, 시선집 [한미문학전집] 대표작 5편 수록 홍인숙(Grace) 2016.11.01 361
280 잠든 바다 홍인숙 2002.11.13 389
279 수필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을 위하여 / 밤의 묵상 홍인숙 2003.03.03 971
278 수필 작은 일탈의 행복 3 홍인숙(Grace) 2016.12.06 235
277 작은 들꽃의 속삭임 홍인숙(그레이스) 2008.09.10 896
276 자화상 홍인숙 2003.05.12 539
275 수필 자화상 4 홍인숙(Grace) 2018.05.25 1020
274 수필 자유로움을 위하여 홍인숙(Grace) 2016.11.07 39
273 수필 일본인의 용기 홍인숙 2004.07.31 899
272 인연(1) 홍인숙 2003.03.18 520
271 인연 (2) 그레이스 2006.03.23 936
270 이유 없이 흐르는 세월이 어디 있으랴 홍인숙(그레이스) 2005.01.13 619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7 Next
/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