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손 맨몸이었다
2017.01.15 23:39
빈손 맨몸이었다
박영숙영
넓은 냉동실 안에
냉동된 생선처럼 꼬리표를 달고
기다란 쟁반 위에 누워 있는 사람들
모두 다 빈 손이었고
모두 다 맨 몸이었다
번민도 벗어놓고
욕망도 벗어놓고
명예도 벗어놓고
피 끓던 사랑을 담았던 가슴도
미움도, 시기도, 거짓도 없는
빈 가슴이었다
뜨거웠던 사랑을 모두 다 불태우고
빈 가슴만 남은 그는 누구였을까
숭고했던 한 인간을 대변했던
이름 석 자는 어디에 있으며
무엇을 하기 위해
그는 이 세상에 왔을까
누굴 위해, 어떻게 살다가
왜, 여기 누워있을까
무엇 때문에….
언제나
마지막을 준비하며 살아야겠다
마지막처럼 사랑하고
마지막처럼 다정한 미소로 인사를 하고
마지막처럼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시작 노트: 내부 수리 중인 시체실과 해부실을 둘러보면서..…..
1994년7월 어느 날 Little Rock Arkansas 대학병원에서
시집:사부곡 아리랑 ㅡ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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