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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한 헌시] 진혼곡(鎭魂曲) 
정용진·시인·전 미주한국문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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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시 단원고등학생들의 슬픈 혼들아

울지마라 울지마라

수학여행 뱃길이 원수로구나

낡은 세월호가 천추의 한이로구나.

어쩌다 광명천지 밝은 날에 

청천벽력 날벼락이냐?

너의 부모와 스승들과 온 국민들은

너희들의 푸른 영혼을 가슴속에 깊이 묻고 

비에 젖은 나무처럼 흐느끼며 울고 있다. 



이는 너희들의 죄가 아니라 너의 부모들의 죄요, 

다스리는 자들의 무책임의 업보다.

사랑의 꽃을 피워보지도 못하고

정든 교정을 애달프게 떠났어도

푸른 하늘의 맑은 구름송이로 피어올라라. 



천하보다 귀한 너희들의 생명을 버리고 

자신들만 살겠다고 줄행랑을 친

비정의 망나니 선장, 선원들은

이 세상이 응징할 것이다.

법이 엄중히 심판할 것이다.

인명경시, 무책임의 중죄를

너희들은 절대로 용서하지 말거라. 



지금 하늘에서 

죄스러운 우리들을 바라보고 있을 아들 딸들아

쓰다말고 필(筆) 놓은 문장은

언제 와서 다시 이을 것이며

꺼진 창의 불은 누가 다시 밝힐 것이냐

문소리, 차 소리, 파도소리, 하나같이

네 발소리로 들리는구나,

딸들아 아들들아

피로 물든 4·19의 아픔이 아직도 생생한데

세월호의 침몰이 4월 16일에 일어나다니

울지 마라, 슬퍼마라

네가 애통해하면 네 부모 마음은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져 비통해진다. 



책상을 봐도, 밥상을 봐도

네 후배를 만나도, 선배를 만나도

온통 네 생각뿐이란다.

여보! 이게 꿈이요, 생시요

자다가도 네 생각, 깨어서도 네 생각

오매불망 네 생각뿐이란다.

네 눈에 눈물이 나면 부모 눈에 피눈물이 난다. 



아무리 너희들의 마음이 아프고 슬프더라도

저승에서 원혼으로 떠돌지 말거라

부모와 학우, 스승이 너무 그립거든

연우(煙雨)가 되어, 너의 집 정원이나

학교동산 풀섶에 소리 없이 내려

한 송이 붉은 장미꽃으로 피어다오.

너희들이 피운 꽃의 향을 맡으며

젊음의 애달픈 사랑을 말하리라

부디 못다 이룬 한을 풀고 천국에서 편히 쉬거라.

사랑하는 우리 아들 딸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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