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는 없었다
2017.05.26 08:51
대나무는 없었다
박영숙영
초록빛
생명의 색깔이 좋아서
붓을 지팡이 삼아 산에 올라
맑은 공기 마시며 아름다움 노래하고파
산속에 들어갔다
그러나 산속은 정글이다
반쯤 뿌리를 드러내고 누워서
하늘 향해 일어서려고 신음하는 나무
덫을 놓은 독거미
나무 위에 웅크리고 있거나
혹은 풀숲에 숨어서 사냥감을 기다리는 독사 뱀
수많은 입질로 먹이를 잡는 불개미
고인 계곡물에 숨어서
순수한 피를 기다리는 거머리
산 정상을 오를수록 길은 험해서
덫을 피하고 맹수를 피하다 보면
한 발만 헛디뎌도 벼랑에 떨어지거나
혹은 매달려서 독수리 밥이 될 수도 있는
초록빛
생명의 색깔을 지닌 산속에서도
먹고 살아야 하는 입이 있을 뿐
대나무는 없었다
2017.5. 19. - Houston Korea World 신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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