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지기 되어서
2017.09.26 09:20
등대지기 되어서
박영숙영
소나무 우거져
솔향기 감도는
높은 산 기슭에 작은 집을 지어놓고
앞에는 바다가 보여서
방파제 끝에는 등대를 세워놓고
등대지기 되어서
하늘과 맞닿은 망망대해 바라보며
내 남은 생애를 보내고 싶다
집 뒤로는 텃밭을 만들어서
철 따라 채소와 수박이랑 참외를 심고
겨울에는 밭에서 캔 고구마를 준비해 놓으면
아무 때고 친구가 찾아와도 좋으리
때때로 마당 가 평상에서 시를 읽다가
팔베개를 하고 누워 하늘을 보다가
낚시 바늘에
내 마음 찌를 달아 파도 속에 헹궈내며
파도가 걸어 오고
파도가 걸어 가는 뒷모습을 보다가
별들이 이마를 맞대고 가슴 여는 밤이오면
내 남은 숨소리
조금씩
조금씩 바람에 실어서 하늘로 보내면서
등대 불 밝히는 등대지기 되어서
새벽에 쓰러지는 별이 되고 싶다
2017. 9.8. ㅡ Houston Korea World 신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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