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신의 詩로 쓰는 컬쳐에세이 - 이 가을의 나들이

by 김영교 posted Nov 22,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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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가을의 화제 '핑크 뮬리'                                                                 2017  11  15

 

 이승신의 로 쓰는 컬쳐에세이

 

이 가을의 나들이

 

그간 소식을 잘 전하지 못했습니다.

2015 2016년 상상 못한 교토의 공부가 있었고 배우고 조금 깨우친 것을 일본에 가보았으나 일본을 잘 모르는 분들에게 전해야 하는 사명이 제게 있다는 생각에 교토에서 쓴 글에 보태어 글을 쓰고 책을 만드는 막바지 작업 중입니다.

 

그간 부산국제영화제, 신영균 영화상 등이 있었고 머리를 식혀본다고 국내 단풍도 좀 보았습니다.

 

- 우선 인터넷을 후꾼 달군 양평 나리공원의 핑크 뮬리 이야기입니다. 아프리카산 분홍 억새인데 아스라한 안개 같고 억새가 핑크빛이라는게 이해가 안가 신기하기만 합니다. 단연 이번 가을의 화제로 150만명이 몰려왔다고 합니다.

 

- 매해 가을 부산영화제에 초청 참석했으나 이번 21회는 그간 이 영화제의 수준을 세계적으로 올린 공로자 김동호 선생의 마지막 영화제였습니다. 사회자 장동건을 앞에서 보니 과연 잘생겼고 유명 감독 올리버 스톤의 등단과 시인 도종환이 문광부 장관이 되어 레드카펫을 밟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신성일의 회고전도 인상에 남습니다. 5백편도 넘는 영화에 출연한 그가 80이 되어 지나간 영화인생을 이야기했고 촬영시 데모대의 최류탄을 하도 맡아 폐암이 온 것 같으나 기적적으로 나았다고 했습니다. 그의 강연과도 같은 긴 스피치에서 미국서 본 헨리 폰다와 같은 철학이 나온 건 아니었지만 어찌했든 한국 영화의 한 시대를 풍미했으니까요.

 

가장 많이 함께 찍은 배우는 윤정희이고 키스 씬을 많이 찍은 것은 안인숙이라고 했습니다. 그의 뒤로는 대표작들의 씬이 보이고 ‘맨발의 청춘’ 테마 음악이 흘렀습니다. 지나간 60여 년의 파노라마입니다. 자신의 청춘을 기록으로 보는 특혜가 있네요. 얼마나 아까운 세월이겠습니까.

 

- 오랜만에 설악산을 보았습니다. 산기슭 아래 신흥사 경내가 산을 배경으로 수려했고 그 주위 오솔길이 화려한 빛깔이었습니다. 케블카를 타며 내려다 본 풍경은 단풍 물결이었고 정상위에서 바라 본 저편 바위산의 늘어선 봉우리에 내리꽂히는 햇빛은 눈이 부셨습니다.

 

- 오색 약수로 알려진 오색도 새빨간 단풍과 새파란 용추폭포의 색대비가 찬연했습니다. 여러 해 전 미국에서 귀국해 서울이 갑갑하여 자주 가던 곳입니다. 얼마 전 큰 홍수로 오르는 길이 낯설게 바뀌었으나 높이 솟은 바위들과 단풍빛은 여전히 빛을 발했습니다. 한가지 불만은 국내 산 어디에나 그러하나 도보 테크가 너무 과하여 흙길 걷는 맛을 없앴다는 것입니다.

 

- 백담사도 일품입니다. 서늘한 계곡물이 단풍들어 아름답고, 무엇보다 만해 한용운의 문학 에너지에 힘이 솟는 곳입니다. 전두환 전대통령이 제일 좋은 곳을 골라 수련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 LG 구본무 회장의 호가 화담으로 경기도 곤지암에 만든 ‘화담숲’은 언덕의 높낮이를 잘 활용하여 디자인한 아름다운 정원입니다. 비싼 입장료에도 줄을 길게 섭니다. 가을 색의 조화가 유난히 진하고 자작나무 하얀 무리에, 내리막길에는 소나무 여러 종이 특별하여 감탄을 자아냅니다.

 

- 여름에 동경에서 돌아간 일본 지인의 부인 팀이 서울에 와 부암동 대원군의 별장터인 ‘석파정’을 보였습니다. 너른 터 그 곳의 가을은 처음인데 빠알간 단풍이 지고 있어도 아름다웠습니다. 부암동 언덕 꼭대기에 위치한 ‘산모퉁이’ 찻집에서 시내 전망을 내다보았고 손만두를 들고는 백사실을 조금 걷다가 성북동 길상사 뜰의 법정 스님이 마지막으로 살았던 한 칸 방 앞 그의 유골을 흩뿌린 꽃무릇 밭을 보고 북촌 높은 언덕 위 한옥 길을 걸었습니다. 비가 왔으나 그런대로 즉흥적으로 보여준 제 일상의 생활권이며 생전의 하시모토 선생에게 보였던 추억의 장소인데 외국인에게 보이기에 꽤 괜챦은 코스였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 잠깐잠깐의 나들이가 매일 글을 쓰고 다듬고 편집하는 고단한 와중에 누린 저의 10월 11월의 만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