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타령 / 성백군
미국에서
사십 년 가까이 살았지만
빵보다는 밥이 좋다
주식은 역시 밥이다
‘내 밥’하면
식탁 맞은편에 사뿐히 내려앉는
아내
밥이라는 이 말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말이기도 하지만
없으면 죽는다는
목숨줄이란 말이기도 하다
젊어서는
당신이 내 밥이더니
이제는 내가 당신 밥이 되었다고
이 밥 없으면 당신은 과부 된다고
아내 앞에서
허세(虛勢) 부리며 밥 타령하다 보면
늙어서도
살맛 나고 밥맛 돋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