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와 절벽 시
2017.12.22 07:29
파도와 절벽
태초에 모습을 드러낸 이래
절벽은 제 모습 그대로 절벽으로 서 있고
바다는 제 심성대로 쉬임없이 꿈틀대고 있다
검은 구름이 꼴릴대로 꼴리고 폭풍이 몰려오는 날
물의 힘이 한 곳으로 몰린다
지상의 한 모서리를 통째로 날려버리려는 듯
전신을 던져 달려오는 무모함이
초연한 듯 맞서는 절벽의 용맹함과 충돌하는 순간은
늘 모든 것이 세상의 끝인 듯싶다
그러나 거인과 거인 사이에는
언제나 두 힘을 조율하는 손길이 있어서
바다는 물보라와 함께 제 있는 곳으로 돌아가고
절벽은 발밑 모래알에서 영원을 헤아린다
언제 그랬었냐는 듯
파도는 부드러이 철썩-절벽을 애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