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만섭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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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조카 사랑

2018.01.05 12:44

라만섭 조회 수:139

조카 사랑

 

내 아내 에게는 독신으로 있는 조카가 하나 있다. 우리는 그녀를 PK라고 부르는데 그녀는 몇 가지 특징을 지니는 특정 부류에 속한다. 그 특징 이란 우선 독신인데다 출산 경험이 없고 최소한 자신의 조카를 하나 이상 가진 이모(또는 고모)로서 조카를 무척이나 사랑 하는 전문직 여성이라는 점이다.

 

대체로 이들은 결혼 적령기를 놓쳤거나 또는 독신을 선호 하는 30~40대의 경제적으로 자립한 여성들이다. 돈은 있는데 쓸데는 마땅치 않고 하여, 조카들에게 아낌없이 돈을 쓰는 이모(고모) 들이다.

 

요즈음 뜨는 말로 이 같은 부류의 여성들을 팽크(Pank)라고 부른다고 한다. ‘애 없는 전문직 이모’ (Professional Aunt, No Kids의 약자)라는 뜻이다. 나는 PK를 통하여 팽크의 생태를 보고 있다. 나이가 60대 초반인 점만 빼면, PK는 팽크의 조건에 그대로 들어맞는다. 스캇츠데일(애리조나)에 사는 PK는 세 조카딸 들을 끔찍이 사랑 하며 그들에게 들어가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푸롬 파티, 대학 선정, 남자 친구, 아파트 구입 건등 가리지 않고 조카들의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선다. 일상생활의 사소한 문제에 이르기까지 깊숙히 간여 한다. 그녀의 조카들도 이모인 PK와의 상담을 당연시 한다고 한다. 특히 자기 부모와 갈등이라도 빚을 때면 으례히 P,K에게 달려 와서 하소연 한다는 것이다. 때로는 친모의 영역을 침범 하는 월권행위로 인해서 가끔 올캐와 불화를 빚을때도 있는 모양 이다. 최근에도 그와 비슷한 사유로 틀어져서 서로 말도 않고 지낸다는 후문이다.

 

통계 수치로 볼 때 현재 미국에는 이러한 팽크족이 23백만 명에 이르고 있으며 이들이 조카들에게 쓰는 돈은 연평균 90억불에 이른다고 한다. 그들의 스마트 폰의 바닥 화면은 온통 조카들의 사진으로 꽉 차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점차 이 같은 현상이 자리 잡혀 가고 있으며 이들을 일컬어 조카바보라고 한다는 내용의 중앙일보 칼럼을 얼마 전 읽은바 있다. 조카사랑은 만혼과 저 출산의 부산물 이며, 이러한 추세에 따라 더욱 힘을 얻게 된다는 의견이 있다. 유난히 독립심과 자존심이 강한 이들은, 결혼을 노년 고독에 대처한 심리적 보험 정도로 치부 하며 자위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꼭 반지 끼고 면사포 쓰지 않더라도, 편의상 애정 생활(Intimacy)은 남편 대신 애인과 해결 하고, 자식 사랑 대신 조카 사랑 으로 만족 하는 여성들이라고 한다. 이들을 타겥으로 하는 소매 업계의 경쟁도 갈수록 심해지며, 또 이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웹싸이트 까지 생겨났다고 한다.

 

이 같은 이모(고모)의 조카사랑에 비추어 볼 때, 삼촌의 조카사랑은 어디로 갔나. 궁금해진다. 삼촌보다는 이모(고모)의 존재감이 더 큰가 보다. 그러나 한편 생각해 보면, 자식을 낳은 부모의 자식 사랑 보다 더 깊은 사랑이 어디에 있을까 싶다. 애를 낳아보지도 못한 이모나 고모들의 조카 사랑이 아무리 크다 한들, 혈육의 정을 능가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생각 한다. 이렇게 볼 때 이모(고모)의 조카 사랑은 결국 대리만족에 머물 수밖에 없는 한계성을 지닌 것이 아닌가 생각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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