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여 초연하라

by 손홍집 posted Apr 08,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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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이여,초연하라



초연하라 그대여

생이 마지막 늪지대에 빠져 허우적거려도

결코 절망하거나 좌절하지 말라!

어차피 그대에게 깊은 고뇌는 시작되었고

거친 풍랑에 떠밀려간 배와 같나니

태풍이 몰아치면 그에 대항하여 싸우고

잠잠한 상태에선 깊은 침묵을 지켜라-

비록 그대가 낮은 언덕에선 숱한 사물을 보았지만

이젠 높은 정상을 향하여 줄달음치고 있나니

그것은 거대한 피라미드와 같은 형상이리라.

그 높이로 추구해갈수록 사람들의 모습은

점차 멀어지고 고도의 침묵과 고독이 엄습하리니

그것은 마치 죽음의 산맥을 달리는 경우와 같다.

그러나 그로 인해 크게 상심하지 말고 기뻐하라!

이 지상에는 어느 지점이든 갈증을 해소하는 물이 있고

또한 따뜻한 태양이 그대 어깨에 비치리니 조급해 말라!

무덤을 걷는 자의 비참함과 쓰라림을 가슴에 품고

낮은 언덕에선 더욱 조심하고 높은 언덕은 굽이치며

미지의 숲과 언덕을 향한 시원한 바람결이되려마.

그러기 위해 그대는 절대 타인의 말에 귀기울이지 말고

오직 자신만의 선택의 길을 지향하고 뜻을 세우며

모두가 그대를 향해 날카로운 창끝으로 돌진해와도

전혀 놀라거나 굽힘을 보여선 안되리라,결코.

그대가 만약 작은 명예에 사로잡혀 춤춘다면

결국 마지막 정점에 닿지 못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