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어디에도 불가능은 없다

by 박상희 posted Jun 08,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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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어디에도 불가능은 없다 / 박상희


8월의 밤이 정말 길다.
새벽2시 창밖엔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소리가 들리고 아무리 뒤척여도 잠은 오지 않았다.
또 한 번 아들의 인생에 심판 의 시간
이제 날이 밝으면 대입 검정고시 시험장으로 아들을 대리고 시험을 치려 간다.
뇌성마비1급 장애인 이것이 아들의 명찰이다
32년을 아직 한손으로 기어 다니는 우리아들 윤혁이 7년 전 장애인 창업 자금으로
시작한 컴퓨터 매장은 우리 아들 윤혁이 삶의 현장이요 희망의 장이다.

고마운 사람들
아들이 여기 까지 오기에는 멀리서 또 가까이서 아들을 도와주시는 분들이 정말 많았다.
삶이 고달프다 말을 한다면 그 고달픈 수첩 속에 들어 있는 나의 이야기는 끝이 없다.
그러기에 나는 고달픈 날들의 기억은 늘 삶의 밑거름으로 묻어둔다.
새벽 5시가 되었을까 !
아침밥을 준비 하고 오빠 시험장에 함께 간다며 연가를 낸 큰딸아이와 매장으로 왔다.
아직은 잠을 자고 있을 시간 주인공 아들은 벌써 두 달째 고뇌의 시간을 보낸다.
오늘은 더 잠이 오지 않았던지 새벽부터 일어난 모양이다. 벌써 시험장에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비는 창밖이 보이지 않도록 퍼붓는다.
휠체어를 차에 싫고 우리는 빗속을 가르며 시험장으로 향했다.
다행이도 대구보건학교에 도착하니 그렇게 쏟아지던 비가 말끔히 그쳤다.
지나친 내 염려 덕분에 시간이 아직 조금 남아 있었다.
아들을 사무실 입구에 두고 딸아이와 시험장으로 향했다
미리 둘러 봐야 갰다는 생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2층에 시험장이 정해져 안내표지가 붙어 있었다. 매우 깔끔하게 정리되어있으며
조용하고 또 편리한 시설이었다. 세상 모든 건물이 이처럼 되어있다면 내 아들이
살아가는데 불편이 없겠구나 싶었다. 이번 대입검정고시 시험이 합격한다면
이런 시설의 대학에 아들을 보내고 싶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은 수험생이 오지 않아 조용한 교실, 창밖엔 비 그친 하늘이 아직은 흐리다.

아들은 두 달 동안을 낮 시간에는 컴퓨터 매장에 사장으로 일을 하고 밤이면
공부를 했다. 초등학교를 겨우 등에 업혀 졸업을 하고 혼자 독학으로 배운 컴퓨터가
내 아들의 삶의 장이 되어 비록 사장이라지만 아르바이트기사 한명에 고작
도와주는 내가 있을 뿐이다.

32년을 한 번도 일어서 보지 못하고 아직도 한손으로 땅을 짚고 기어 다니는
내 아들 윤혁이, 아들에게 공부를 가르쳐 주는 선생님은 같은 교회 자매님이다.
하나님이 주신 꼭 필요한 아들의 한쪽 팔, 하루해가 지면 아들은 컴퓨터 매장 문을 닫고
인터넷에서 뽑은 기출문제 시험지를 풀고 있노라면 선생님이 오신다.
불같이 더운 여름밤 윤혁이는 교회자매 선생님과 열정을 다해 공부를 했다.

밤 11시40분아들의 하루공부가 끝나면 선생님을 태워다 주고 나는 삼십 리 쯤 떨어진
집으로 간다. 이동하기가 힘든 아들은 매장 작은 방에 잠을 재우고 시골집으로 향한다.
날이 밝으면 다시 달려와 매장 문을 열고 아들과 함께 하루를 산다.
나는 엄마도 되고, 서비스를 나가는 운전기사도 되고 , 경리도 되고, 컴퓨터 수리기사도 된다.
아들과 사는 하루는 희망의 끈으로 우리는 서로를 끌고 간다.
휠체어에 앉아 매장에 오시는 손님과 컴퓨터 상담도 하고 수리도 하고 아침에 나와
한두 번 소변을 보는 일 외에는 아들은 온종일 휠체어에 앉아 있다.
손님이 뜸한 틈을 타 시험 문제지를 풀고 그렇게 해온 공부를 오늘은 심판을 받는 날이다.
초인종이 울리고 방송이 나온다.
수험생은 컴퓨터용 사인펜과 수험표 신분증을 준비하고 자기 교실에 대기 하라는 이야기다.
아들휠체어를 밀어 시험장에 대려다 주고 우리는 대기실로 간다.
명찰을 단 시험 감독관 선생님들이 속속 들어 가셨다.
유리창 밖으로 멀어져가는 우리를 바라보는 아들의 얼굴에 두려운 미소가 흐른다.
당당한척 웃으며 밖으로 나온 나의 가슴에도 두려움으로 가득 차 모두 빈속에도
허기짐을 알지 못한다. 바삐 끓인 아침대용 야채죽도 그냥 내가 끓이기에만 바빴다.

아들은 지난해에도 이렇게 고입검정고시를 쳤다.
합격 소식을 듣고 아들도 나도 용기를 내어 오늘 또 대입검정고시 시험장 여기에서
이렇게 마음을 졸인다.

말단 공무원 하루 연가를 내어 오빠를 따라온 큰딸아이는 과목 시간 벨이 울리기를
기다리며 연신 시계를 본다. 작은 물병을 손에 들고 종이 치면 오빠에게 먹여줄 모양이다.
기다리는 사람처럼 모두 목이탈 것이라 생각되는지 !
걱정이 되어 함께 온 아들의 공부를 도와주던 선생님도 의자에 앉지 못하고
산부인과 앞에서 기다리는 보호자처럼 서성인다. 종이 울렸다.
딸아이와 선생님이 이층으로 달려간다. 아무래도 내가 걸음이 느리다.
아들은 멋쩍은 웃음을 웃고 두어 마디 말을 주고받는 동안 또 다음시간 시작종이 울린다.
아들은 행여 소변이라도 마려울까 염려가 되는지 도무지 물 한모금도 청하질 않는다.
아침 8시30분부터 입실한 시험장, 시험은 긴장 속에도 시간마다 시험감독관 선생님이
바뀌고 도우미 선생님도 바꿨다. 오후 5시 30분 시험이 끝났다.
초취한 모습에 아들은 빙그레 웃는다.
아들과 함께 돌아오는 길,
문이 꼭 닫힌 매장에 도착하자 아들은 “어머니 12시간 만에 집에 왔지요” 한다.
우리는 희망의 끈을 꼭 잡고 서로를 믿는다.
오직 최선을 다하여 살아가는 것이다 .
우리는 기도하며 29일 시험 발표를 기다린다.




2005.8.3 밤
http://www.isaemaeul.co.kr/
이슬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