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멀리서 한 남자가
피어오르는 새벽 안개를 걷어내며
열심히 호수 낚시를 하고 있다.
일가를 이룬 물오리들
조신 조신 잔디를 밟으며
먹이를 찾느라 고개를 숙인다.
나무등걸은
새순 쪽으로 쭉쭉
연두색 수액을 뿜어낸다
길을 잃었나, 개똥지빠기 한 마리
정적을 깨며 기웃거리는 사이
나의 봄날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동안 네가 낚은 것은 무엇이었나?
끈질기게 조준한 것들은 무엇이었나?
아직도 일가를 이루지 못해 허둥대며
출발 선상에 다시 서보면
그대와 나를 중심으로 다시 한번
생의 궤적이 그려지고
모든 것들이 숙연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