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포도

by JamesAhn posted Aug 25,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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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포도
JamesAhn


내 고향에는 청포도가 없었다.

적포도 도
잘 익은 흙포도 도 없었다.

그래서 늘
청포도는 시고 텁텁한 걸로 알고 있었다.

포도가 시장에 나오는 계절이고 오고
여기 저기서 달큼한 포도 내음이
입안을 진저리치게 만들고
질질 애닯은 침이 입가로 흘러 내려도

나는 청포도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어차피 너는 시(sour)그러우니까.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

Food market에 널 부러진 California 산 청포도를
한알 살짝 따서 먹어보니
그게 아니더라.

짙고 단 내음과 맛이 온 몸에 스믈 스믈 스며들어
옹골진 한 송이를 그 자리에서 다 먹게 만들더라.

내 친김에 몇 송이 더 사서 집에 오는 길에
혼자
다 먹어치웠다.

반 삶에 이제서야 확인하여 알게 되었다.

내가 몰랐어도 청포도는 혼자 그렇게
긴 세월을
짙고 단 맛으로 있어 왔다.

내가 몰랐을 뿐이다.

단지. 내가 잘 못 알고 있었을 뿐,

청포도는 늘 그렇게 거기에 있었다.

지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