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사등이춤

by 이월란 posted Feb 18,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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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사등이춤


                                                    이 월란





내가 춤을 추네
가슴 휘어 꺾인 가훼 한 그루 등에 지고
갈마의 사슬 지으려 춤을 추네
구릉 사이 엇박자로 디딘 설움
누구의 넋이었던가 무슨 조화였던가
안을 수 없는 사랑 마저 등에 업고
환절의 손끝마다 새겨진 비련의 지문
버거운 인연이라 망연히 실어 날리우고  
흰소리같은 생언어 목젖 내려 삼키며
사지육신 농간 부리듯 오늘도 춤을 추네
곱사등이춤을 추네
이제 막 탯줄이 잘린 고통의 신생아들이
호흡의 문을 열고 울음 우는 고빗사위
걸머진 죄를 하역하는 이단의 얼굴로
불구의 등골 지고
바람의 핵을 좇는 무희가 되었다네
날보고 손가락질 하네 돌아서 웃네
못난 등짐 속에서도 기억의 섶은 둥지를 틀고
무애(撫愛)의 고치솜 꿈틀꿈틀 토해내며
채롱에 흔들리던 어린 영혼 등에 업고
빈 몸 누일 봉분 마저 등에 지고
육봉 가득 꽃씨 실어  
사막을 지르는 단봉약대가 되었다네
운두 낮은 노을 아래 뒤뚱뒤뚱 발간 꽃물이 들면
거친 땅 낭하에서 실낱같은 꿈의 테두리를 놓아  
행려의 몸짓으로
꽃고비 맥놀듯
엉기덩기 춤을 추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