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말씀 / 성백군
바람이 분다
창문이 덜커덩거리고
베란다에 내놓은 행운목이 연신
굽신거린다
강풍, 순풍, 역풍,
샛바람, 하늬바람, 마파람, 높바람
꽃바람, 산들바람, 소슬바람, 칼바람, 이들 다
몸은 본적 없는데 다녀간 흔적은 있고
스스로 소리를 내지 못 하지만 부딪히면
말이 된다
나는 종일
목이 쉬도록 고함을 질러도
나뭇잎 한 잎 까딱도 하지 않고
손금이 닳도록 손바닥을 비벼도
풀 한 포기 옮길 수 없는데
저 바람은
보이지도 않는데
어디서 저런 힘이 나오는지……,
바람이 분다
베란다에 행운목이 굽신거린다
‘너도 나처럼 네가 보이지 않으면,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우면, 새 힘이 솟는다’라고
텅 비워, 덜커덩거리는 바람의 말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