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살 앓는 봄 / 성백군
화단 돌담 밑이
햇볕 든다고 야단이기에 살펴보았더니
눈 녹은 자리에
난초가 주둥이를 내밀었네요
땅이 간지럽다고 깔깔거립니다
옆집 키 큰 매화나무는
왜 그런답니까, 겨우내 잠만 자더니
꽃샘바람 지나간 뒤 입덧입니까
박박 긁더니
꽃봉이 껍질을 벗었네요
나도 가려워 죽겠습니다
몸이 봄 타는지
이대로 두었다간 구석구석 불이 붙어
부추기는 춘색에 나이마저 활활 타버리고
재만 남겠습니다
까짓것, 그래 보라지요. 뭐
간지럽고 가렵고 희희낙락, 이 언덕 저 언덕
봄나들이 다니다 보면
꽃 터지고 열매 맺고 연애도 하고
몸살이야 나겠지만 조금은 젊어지지 않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