는개 그치네/강민경
찬 바람 싸그락 거리는
시골 고삿길에, 는개 내리면
코끝 간지르는 흙 내음
옷깃 적셔 들고
그윽한 눈에 피어나는 고향
친구들 뽀시락대며 다가오네
비워져 허전한 마음 채우려는듯
폭죽처럼 터지는 저 푸른
함성의 초록잎 같이
첫 봄 소식에 벙그는
처녀 젖가슴 같은 산과 들에서
견딘만큼 참은만큼 출렁여
구석진곳 한곳도 없네
모처럼 볕 좋은 날
노란 산수유 흐드러지듯
시골 고삿길, 흙 내 가라 않듯
는개 그치네
* 는개 : 안개처럼 보이면서 이슬비보다 가늘게 내리는 비 무우(霧雨)연우(煙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