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작 시조 3수
손 용 상
회 상
잃어버린 반백년을 눈감고 돌아보니
안개속 고향 들길이 방금 닿은 손 끝인양
주마등 불빛아래 그림자 진 야윈 얼굴
마을 고샅 돌담가엔 무더기 진 채송화 밭
영롱한 아침이슬 호박닢에 떼구르르
새순 따는 엄니 손등에 현란한 아침 햇살
가을밤
호롱에 심지 돋우니 시름이 타오른다
동창(東窓)바깥 미리내에 베어물린 새벽 쪽달
꾸르르 꾹 밤새 소리에 긴긴 밤 지새우네
설움 깃든 장지문에 일렁이는 꽃 이파리
얄궃은 외로움이 먹물처럼 스며들고
가녀릴손 코스모스 내 영혼이 흔들린다
그리운 길손
석양 비낀 일주문 밖 홀연히 왔던 그 길손이
황진이 화담 더불어서 동지 긴밤 지새우며
곡차(穀茶) 일배 입맛 다심이 북소리라 하였거늘
신(新)새벽 향촉(香燭)밝혀 백팔합장 드리온들
그런들 몽매(蒙昧)중생이 그 깊은 뜻 어찌알까
그리울손 청정(淸靜)시인 어느 도량(道場) 헤매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