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강민경 비 그치고 맑고 밝은 햇빛에 스며들면 내 몸 구석구석 심어져 보이지 않던 푸른 풀들이 우우 일어선다 칼날 같은 바람에도 푸른 손 흔들고 순하게 허리 꺾어 예를 다하여 푸른 마음 지키는 일편단심 쌓여 절절한 사연 다 열어 놓았다 꾸밈없이 흔들면 흔들리는대로 숨 가뿐 밤이라도 쉬지 않는 그 참음 그대로 너는 네 세상을 푸르게 물들이며 질척이는 슬픔도 견디며 일어서고 또 일어섰지 비 그친 여기 저기 어디에든지